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감원 제재위에 속기사 배치 왜?

금융계 공정성 논란 불거지자<br>회의 모든과정 기록 남기기로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초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 때부터 회의 전과정을 기록할 속기사를 배치한다. 제재위에 속기사가 배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권혁세 원장이 직접 지시해 이뤄지는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제재위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정례회의 때부터 속기사를 배석시켜 위원들의 발언과 결과 등을 기록한다.


제재위는 금융 관련 법규를 위반한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하는 금감원장 산하의 자문기구로 매달 두 번 열린다. 변호사ㆍ교수 등 민간위원 6명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법률자문관 2명, 금융위원회 1명(사안 별 담당 국장)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금감원과 다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제재위에 속기사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금융계 일각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제재위가 비공개로 운영되다 보니 당연직으로 결정권한까지 있는 금융위 담당 국장이 나오지 않고 과장급이나 그 아래 직원이 대리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비공개가 원칙인 민간위원들의 신분은 이미 다 노출돼 업계의 '로비'가 가능한 상황이다. 민간위원들은 위원회의 3분의2를 차지해 제재심의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임기가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신분이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일부러 제재를 늦췄다"느니, "민간위원들에게 모 회사가 로비를 했다"는 등의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관련 업계 모두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론이 엉뚱하게 났던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제재위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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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제재위는 지난 2009년 9월 열린 키코(KIKO) 관련 첫 회의 때 은행들이 규정을 어겨 제재대상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제재를 유보했다. 민 의원은 "제재위가 당시 은행의 위반사실이 명백해 징계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금감원 실무부서와 일부 위원의 의견을 묵살하고 은행 측의 주장을 적극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속기사 제도 도입으로 이 같은 논란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회의 때 개별 위원들의 발언을 낱낱이 기록하면 위원들이 보다 중립적이고 신중하게 제재심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원내 고위층이 제재위의 공신력과 객관성에 대한 시중의 루머를 인지하고 있다"며 "모든 위원들의 발언 등이 모두 기록에 남게 되면 불필요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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