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산학협력만이 살 길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2월 조사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업종별ㆍ지역별 기술수준과 개발동향’에 의하면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지난 2002년의 4.7년에서 지난해 4년으로 2년 새 0.7년이나 줄었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의 경우 기술격차가 각각 3.5년, 3.6년에 불과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또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기술우위도 4~5년 후면 대부분 사라진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자체 기술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일부는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중소기업은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최근 대학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많은 대학들이 입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다. 다수의 대학이 지역산업과 연계된 특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을 나와도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 취업이 어렵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대학 졸업자를 채용한 후 숙련된 인력으로 키우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년이며 1인당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공계 대학의 교육이 현장과 거리가 먼 것이 원인이며 해결책은 산학교류를 늘리고 경제ㆍ경영 관련 지식을 가르치는 데 있다. 선진국의 이공계 대학은 오래전부터 ‘기업마인드’로 무장하고 맞춤형 인재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 1위에 올라 있는 핀란드의 경우 원래 펄프ㆍ기계 등이 주력산업이었으나 92년 경제위기를 맞은 뒤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200여개의 직업기술훈련원을 통합해 행정구역별로 1개씩, 모두 29개의 폴리테크닉(4년제 기술대학)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과학도시를 건설했다. 대학과 연구소ㆍ병원ㆍ기업들이 과학도시로 몰려들었고 산학협동이 본격화됐다. 헬싱키(에스푸시)ㆍ울루ㆍ템페레 등 총 19개의 과학도시가 조성됐다. 울루 과학도시는 노키아의 연구개발(R&D)센터로 유명하며 헬싱키 인근의 오타니에미 과학도시는 북유럽 최대의 민간 벤처인큐베이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곳의 폴리테크닉 학생들은 졸업 전에 대부분 취업을 확정짓는다. 대부분의 기술대학이 복수전공제를 채택하고 지역산업과 밀착된 전공분야를 교육해 기업들과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 가장 많은 대학(총 4,197개)이 있는 미국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특정기술 개발을 위해 수요자 중심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미시간공대의 ‘엔터프라이즈 프로그램’을 보면 30명 정도의 학생그룹이 일반 회사와 똑같은 비즈니스 조직을 만들어 기업을 미리 체험한다. 고학년 학생들이 대표이사와 이사를 맡고 저학년들은 부장 이하 직원으로 구성돼 학습을 통해 현장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ㆍ아메리텍ㆍ킴벌리ㆍ클라크 등 15개의 대기업과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고 있을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쌓은 ‘취업 전 경력’은 이력서에 상세하게 반영된다. 이 대학이 2002년 새로 도입한 이력서에는 학점이나 이수과목 대신 ‘나는 어느 동아리에 소속돼 어떤 비즈니스에 적합한 역량을 길렀다’ ‘나는 이런 기술을 지니고 있다’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최근 국내 대학들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 눈을 뜨고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도 산업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과 손잡고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기로 작심한 것이다. 차세대 성장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교육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기업도 인재를 받아 재교육해 쓰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학협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학 측에 주문도 하고 쓴소리도 해야 한다. 반면 대학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대학과 기업이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산학협력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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