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78번째 대회서 날아오른 불사조

■ 노승열 PGA 취리히 클래식 우승<br>신동으로 불리다 1부 투어 출전권 박탈… 부상 후 재기


300야드 장타·송곳 아이언 장착… 한국 선수로는 네번째 PGA 정상

5월 만23세… 한국인 최연소 우승 "마스터스 출전 어릴적 꿈 이뤘다"


2위 브래들리 韓선수에 또 발목


한국인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소식을 다시 듣기까지 344일이 걸렸다. PGA 투어는 세계 골프 최고의 무대.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축구로 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다. 바로 그 PGA 투어에서 다음달이면 만 23세 생일을 맞는 '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한국인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TPC루이지애나(파72·

7,399야드)에서 열린 취리히 클래식 최종 4라운드. 2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노승열은 버디 4개에 보기 3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9언더파로 앤드루 스보보다,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17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렸다. 노승열은 PGA 투어에서 2년 넘게 뛰면서 벌어들인 268만달러의 절반 정도인 122만4,000달러(약 12억7,000만원)를 이번 우승상금으로 챙겼다.


18번홀(파5)에서 파 퍼트를 넣고 조용히 흐린 하늘로 고개를 젖히는 노승열의 얼굴에 맥주가 쏟아졌다. 대선배 양용은(42·KB금융그룹)과 위창수(42·테일러메이드)가 준비한 애정 어린 우승 축하였다. 양용은은 지난 2009년 5월 혼다 클래식과 그해 8월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자. 노승열은 최경주(44·SK텔레콤), 양용은과 지난해 5월20일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배상문(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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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웨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 PGA 투어 우승자로 기록되게 됐다. 승수로는 12승째.

◇차세대 대들보에서 불사조로=노승열은 PGA 투어 데뷔 후 78개 대회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어린 시절부터 보인 잠재력을 생각하면 첫 승이 다소 늦게 나왔다는 평이다. 그 정도로 노승열은 한국 남자골프의 차세대 대들보로 일찌감치 이름을 떨쳐왔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2008년 아시안 투어 미디어차이나 클래식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한다. 2010년에는 유럽 투어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기록(18세282일)도 작성했다.

PGA 투어 데뷔는 2012년. 재수 끝에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했지만 취리히 클래식 전까지 77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이 5차례뿐일 정도로 잘 안 풀렸다. 최고성적은 2012년 AT&T 내셔널 공동 4위. 캐디와의 호흡도 문제였다. 노승열은 2012

년 한 해에만 세 차례나 캐디를 바꾸며 마음고생을 했다.

급기야 지난해는 상금순위에서 125위 밖(153위)으로 밀려나 올 시즌 PGA 투어 카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기약도 없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노승열은 불사조처럼 날아올랐다. 지난해 9월 웹닷컴(2부) 투어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 챔피언십 우승으로 PGA 투어 카드를 되찾은 것. 이달 초 휴스턴 오픈에서는 손목을 다쳤지만 3주 만의 복귀전에서 노승열은 평균 304.5야드의 장타와 그린 적중률 77.78%의 송곳 같은 아이언 샷으로 대형 사고를 쳤다. 기존의 화끈한 장타에 정교함이 더해진 것. 버디 22개를 챙기는 동안 보기는 이날 적은 3개가 전부였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함께한 캐디 스콧 새즈티낵(호주)과의 궁합도 썩 잘 맞았다.

노승열은 우승상금보다 마스터스 출전이 더 기쁜 모양이다. 그는 "꿈을 이뤘다. 마스터스 출전은 7세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꿈꿔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노승열은 2015~2016시즌까지 PGA 투어 출전을 보장 받게 됐다. 다음달 열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8월 PGA 챔피언십, 내년 4월 마스터스 출전권 역시 손에 넣었다.

◇배상문 이어 노승열에도 발목 잡힌 브래들리=이날 갤러리는 키건 브래들리(미국) 편이었다. 2타 차 단독 2위로 출발한 브래들리는 미국의 희망. 2011년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스타가 됐다. 모두가 브래들리의 역전 우승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노승열과 같은 조에서 싸운 브래들리는 6번홀(파4)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진데다 3퍼트까지 하면서 한꺼번에 3타를 잃고(트리플 보기) 자멸했다. 최종 성적은 13언더파 공동 8위. 지난해 5월 배상문의 우승 때도 쓴잔을 들었던 브래들리다. 그는 당시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같은 조 배상문에게 2타 차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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