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안현수의 키스 & 크라이

쇼트트랙 1,000m 금메달, 러시아 대표로 눈물의 명예회복…

"올림픽 끝나면 다 말하겠다"

안현수와 여자친구인 우나리씨가 16일 공개한 사진.

토리노 3관왕 이후 연맹과 불화… 코치간 파벌로 인해 훈련도 따로

대표 선발전도 일정 미뤄져 불이익


안현수 아버지 "애국가 불렀어야 …" 안현수의 못 다한 말은 뭘까 관심

"올림픽이 끝나고 다 말씀드리겠다". 안현수(29·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1,000·1,500m·5,000m 계주)에 이어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선수 가운데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딴 최초의 선수로 남게 됐다.

앞서 1,5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손에 넣은 안현수는 결승선 통과 뒤 얼음에 엎드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 최대한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왔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서 뜻깊다"고 했다. 또 "8년 동안 너무 힘든 일이 많았기에 그에 대해 보답을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계속 살 것인가' '한국에서는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올림픽이 끝나고 다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남겼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안현수와 관련해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귀화)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해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다.

관련기사



안현수가 이날 못다 한 말은 뭘까. 그는 2011년 러시아로의 귀화를 선택하게 한 부조리를 밝히고 한국으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졌듯 안현수는 토리노올림픽 3관왕 뒤 부상과 소속팀(성남시청) 해체,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불화가 겹치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미국으로의 귀화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보다 대우가 좋고 소치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를 택했다. 귀화 이유 가운데 연맹과의 불화가 가장 컸다.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자 연맹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폭주로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 쇼트트랙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코치진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것이 2004년이었고 파벌 또한 어떤 종목보다 심하다. 한국체대와 다른 학교 출신 코치들 간의 대표팀 내 파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6년 4월. 세계선수권을 치르고 온 대표팀의 귀국 현장에서 선수 아버지와 연맹 부회장이 주먹다짐을 벌이면서다. 선수 아버지의 주장은 "상대 파벌의 코치와 선수가 짜고 아들을 막게 했다"는 것. 그 아들은 바로 안현수였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미 토리노올림픽 때부터 다른 파벌끼리는 말도 안 하고 훈련도 따로 하는 등 곪아 있었다.

안현수는 2008년 1월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이후 다시 대표팀 합류를 추진했지만 2010년 열린 대표 선발전 일정이 특별한 이유 없이 9월로 미뤄지면서 안현수는 불이익을 당했다. 5월 기초군사훈련이 끼어 있어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고 끝내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소속팀까지 해체되면서 길을 잃은 안현수에게 마침 러시아가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안현수의 아버지인 안기원씨는 16일 "한국 사람으로서 애국가를 불러야 하는데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것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명예회복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켜줘야 할 선수를 지켜주지 못하는 연맹 고위 임원을 원망했다. 하지만 (안)현수를 버린 사람 덕분에 현수가 잘됐으니 이제 오히려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안씨가 말한 고위 임원은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다. 대표팀 감독 출신인 전 교수는 연맹의 실세로 통한다. 밴쿠버올림픽 뒤 대표 선발전에서 일어난 짬짜미(담합)가 2010년 4월 드러나면서 연맹에서 잠깐 물러났지만 다시 부회장으로 들어와 있다.

안씨는 "연맹에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다. 한 사람에 의해 행정이 좌우되고 문제 있는 코치가 임명되는데도 올림픽에서 성적이 나면 유야무야되고는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야후스포츠는 "빅토르 안이 한국에 복수하고 러시아를 위해 금메달을 따냈다"고 보도했고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마이클 조던이 미국 대표팀과 불화를 겪은 끝에 쿠바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