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양 회사채·CP 배상과 자기책임 원칙의 충돌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에 대한 배상비율이 이번주 중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다.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이 그룹 회사채와 CP 등을 팔면서 부당 권유, 설명의무 위반, 일임매수 등 위험정보를 제대로 고시하지 않은 이른바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판매과정이 '대국민 금융사기극'인 만큼 조정비율이 원금의 100% 가깝게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2월까지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들 가운데 1만여명이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동양·동양레저·동양시멘트 등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만큼 피해자들은 이들 회사로부터 일부를 변제받을 수 있다. 불완전판매로 결론 나면 판매사인 동양증권의 추가 배상도 가능하다. ㈜동양의 경우 채권 변제금과 동양증권의 배상금을 합쳐 63~75% 정도를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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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배상수준이 적정한가이다. 법정관리가 뻔한데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그룹 회장, 동양증권 사장까지 나서 창구에서 CP 판매를 독려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판매사인 동양증권의 배상책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투자자의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상태가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졌음에도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CP를 사들였다는 것은 위험을 알고도 고수익을 좇은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사태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십차례나 채권을 사고판 사람에게까지 불완전판매를 인정해주는 것은 다른 투자자에 비해 공정하지 못하다.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에는 자기 책임이 원칙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 이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또 다른 투자자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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