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세계 증시가 침체하는 바람에 반사이익으로 급상승했던 이머징 마켓 국채 가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머징 마켓 채권 가격이 너무 올랐고, 각국이 국채 발행 물량을 늘리고 국제 금리가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한국의 노사분규 격화, 브라질의 연금 개혁 지연 등 이머징 마켓 주요 국가들에 반시장적 저항이 격화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매수를 주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이머징 마켓 채권이 냉각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올들어 브라질 국채는 43%, 러시아 채권은 22%, 멕시코 채권은 11%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하면서 채권으로 몰리던 국제 유동성이 증시로 이동하고, 지난 5월중 한주에 채권 펀드 자금에 순유출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머징 마켓 국채 가격이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머징 마켓 채권의 척도로 이용되는 JP 모건 이머징 마켓 채권지수는 98년 러시아 국가 파산 이후 무려 134% 상승했고, 올들어 선 19% 상승했다. 이는 뉴욕 증시의 거품 붕괴와 동시에 연간 13~15%의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이머징 마켓 국채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린 것을 의미한다. 올들어 이머징 마켓 펀드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22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배에 이르고 있다.
이머징 마켓 국채 조정론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중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국제 금리가 바닥에 와있고, 미국 경제가 슬럼프의 막바지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머징 마켓 국채에 대량 매도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펀드들이 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경영위기 이후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자본으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고 있는데다 러시아ㆍ아르헨티나ㆍ브라질 등에 경제 위기가 발생할 소지가 미약해졌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