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5%성장 포기…장기불황 경고

산업지표 하락등 위기감 확산속 韓부총리 첫 언급<br>4월 국제수지도 2년만에 적자기록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0일 올해 정부가 목표로 했던 5%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한 부총리는 또 경제 시스템을 지금 당장 바꾸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발표된 산업활동지표가 급격히 하락하고 국제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우리 경제가 분수령에 서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부총리는 이날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ㆍ중앙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현 단계에서 경제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Quantum Jump)을 이루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중국의 급부상, 고령화 진전 등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10~15년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수장이 우리 경제의 장기불황 위기를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한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제시했다. 한 부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2ㆍ4분기도 지난 1ㆍ4분기(2ㆍ7%)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일 것”이라며 “하반기 성장률은 좀 더 잠재성장률에 가깝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5%가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5%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6개월 후의 경기흐름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1.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면서 4개월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아울러 현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설비투자도 각각 한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가 회복은커녕 하강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관적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행의 ‘국제수지동향’에서는 4월 경상수지가 외국인 주식 배당금 지급이 급증하면서 전달 11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9억1,000만달러 적자로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4월의 2억1,0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이처럼 경기지표에서 위기상황이 속속 감지됨에 따라 조만간 당정협의를 열어 부동산거래세를 0.5%포인트 가량 인하, 소비진작에 나서는 한편 6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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