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권 빅4' 벌써 신경전 치열

대형매물 외환銀·LG카드 매각작업 시동<br>국민銀·우리·신한지주·하나銀행장 직접나서<br>상대기선 제압·견제 발언등 장외 탐색전 후끈<br>M&A 본격화땐 인수사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금융권 빅4' 벌써 신경전 치열 대형매물 외환銀·LG카드 매각작업 시동국민銀·우리·신한지주·하나銀행장 직접나서상대기선 제압·견제 발언등 장외 탐색전 후끈M&A 본격화땐 인수사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한국씨티은행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10월30일 통합 1주년 기자간담회) “외환은행의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 LG카드 인수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 9일 기자간담회) “은행권의 경쟁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외환은행 매각건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외환은행이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소매금융 쪽으로 포트폴리오가 쏠려 있는 국민은행이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 우리금융지주는 LG카드 인수를 통해 성장하겠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17일) 금융권의 대형 매물인 외환은행과 LG카드의 매각작업에 시동이 걸리면서 인수희망 은행장들이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본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고 견제하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며 치열하게 장외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두 금융기관이 어디로 넘어가는지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지분매각 시한이 돌아온데다 LG카드 매각주간사가 JP모건으로 정해지면서 금융권의 ‘빅4’로 불리는 국민은행ㆍ우리금융지주ㆍ신한금융지주ㆍ하나은행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우리지주와 신한지주는 일찍부터 LG카드 인수를,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각각 공공연하게 밝혀 은행장들의 선언이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국민은행도 외환은행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금융권의 공룡 싸움은 확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시사한 것은 경쟁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몸집을 불리도록 놔두지 않으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안이지만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강 행장의 발언은 잠재적 경쟁자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국민은행의 성장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외환은행이 주가가 치솟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외환은행의 주가는 하나은행의 공개 인수 선언이 나온 지난 9일 이후 지난주 말까지 8.7% 급등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합병(M&A) 프리미엄이 높아져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 총액만 현재 8조8,000억원대로 대주주인 론스타의 지분 50.53%만 인수하려고 해도 4조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기다 ‘동반매각 요청권’이 붙어 있는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친다면 인수자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수전이 가열되면 가열될수록 론스타만 좋은 일 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카드 인수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지주와 신한지주는 자문사까지 선정, 인수작업에 들어갔다. 신한카드와 조흥카드의 통합을 앞둔 신한지주가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비은행 자회사의 강화와 함께 우리금융지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와 신한은 은행명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여자 프로농구 판에서도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씨티그룹은 한국시장에서 카드사업부를 키우기 위해 LG카드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곳에서 펼쳐지는 대회전의 결과에 따라 은행에 따라 생존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나 LG카드를 인수하는 곳은 자산규모나 고객 수준에 있어 업계 1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은행권은 국민, 신한(신한+조흥), 우리, 하나의 순서로 재편된다. 다른 곳이 인수해도 순위는 바뀌게 된다. 하나은행의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리딩뱅크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LG카드도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어 인수하는 곳은 당장 카드업계 1위로 뛰어오른다. 업계 상위권인 KB카드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이 인수할 경우에는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하며 업계를 한번에 평정하게 된다. 신한카드와 조흥카드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이 가져갈 경우나 우리지주가 가져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한과 우리는 은행의 자산규모는 이미 완성한 상태이므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드 부문 강화에 적극적이다. 이번 외환은행ㆍLG카드 인수경쟁은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경쟁 상대에게는 넘기지 않게 하거나 비싼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한다는 장기적인 계산도 깔고 있는 듯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M&A전이 진행되며 인수 기관들끼리의 합종연횡(合從連衡)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외환은행은 누가, LG카드는 누가 인수하도록 서로 밀어주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즉 원교근공(遠交近攻), 이이제이(以夷制夷) 등 열국지(列國志)의 전술이 총동원되는 금융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입력시간 : 2005/11/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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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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