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꾸로가는 노동부와 權장관

“산자부가 기업인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농림부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노동부는 노동자의 현안을 가장 먼저 챙기는 부처가 될 것입니다” 권기홍 노동부장관은 올 초 노동부에 입성한 후 “노동자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겠다”며 수 차례 걸쳐 이 같이 말했다. 이를 놓고 보수세력들이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권 장관은 개의치 않고 주장을 꿋꿋이 견지해왔다. 또 노동부가 경제부처와 종속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동부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장관에 뒤질세라 노동부 공무원들도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 국장들은 지난 5월 30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세미나에서 “지금까지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려 해도 청와대 등 정권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국제노동기구(ILO)등 국제기구로부터 수 차례 지적 받는 등 챙 피할 정도”라며 “참여정부가 들어선 만큼 노동자의 권익을 높여 떳떳한 나라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 장관이 취임한 지 벌써 만 8개월이 됐다. 냉정히 한 번 생각해보자. 참여정부 이전의 노동부와 지금의 노동부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기자가 보기에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계가 가장 개선하기 원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파견근로제를 완전 허용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오히려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사관계제도개선 방안을 연내에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권 장관이 노동부장관으로 재직할 기간이 그리 길 것 같지는 않다. 신당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고 노 대통령이 12월께 내각을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물러나서 학교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소신껏 직무를 수행하겠다”던 권 장관에게 초심(初心)을 기대해 본다. 또 참여정부 출범 초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던 노동부 관료에게 묻고 싶다. 지난 5월의 그 열정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냐고. <전용호기자(사회부)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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