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기업 연간 투자계획? 쉿!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공식 발표 안해

삼성·LG·SK 등 내부적으론 확정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 대응 전략

계획 이행 못할 경우 부담도 한 몫

새해 들어 앞다퉈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던 대기업들의 목소리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투자계획을 확정해 공표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당초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 투자 및 채용계획을 외부에 공식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지난해 1월 초 보도자료를 통해 사상 최대인 20조원의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올해 잠정적인 투자계획 수립을 끝마친 상황이지만 이를 예년처럼 그룹 차원에서 외부에 공식 발표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올해 16조5,000억원 안팎의 투자와 약 1만2,000명 수준의 채용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실제 투자집행 금액인 15조원대 후반에 비해서는 소폭 늘어났지만 고용은 지난해 1만4,500명에서 2,000명가량 줄어든 수치다.


실제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30대 그룹 기획총괄사장단 간담회'에서 올해 투자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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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G그룹이 예년과 달리 아직까지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투자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연초에 섣불리 투자계획을 확정, 발표했다가 실제 투자가 이에 못 미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지난해 초 역대 최대인 총 20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투자금액은 16조원에도 못 미쳤다. 채용 역시 1만5,000명 이상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약 1만4,500명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투자계획을 공표하지 않은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2009년 한 차례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2010년부터 매년 투자 및 고용계획을 외부에 공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은 향후 경제 환경과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규모와 시기 등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확정된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간 투자 및 고용계획을 외부에 공개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그룹도 올해 투자 및 고용계획의 외부공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올해 투자계획 수립이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지만 공식 발표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며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투자계획이 수립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연간 투자계획 발표를 꺼리는 것은 우선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와 달리 투자규모와 시기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연초에 투자계획을 확정,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매년 초 연간 투자계획을 외부에 공개했다가 1년 뒤 실제 투자 집행금액이 이에 못 미칠 경우 떠안게 될 부담도 투자계획 발표를 꺼리게 만드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는 그룹 차원의 투자계획 역시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특히 외부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투자규모와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투자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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