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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잔 마시는데 1분 걸려
치료 늦으면 평생 못 걸을수도
복귀 시기 불투명 임직원 동요
30% 넘던 매출 올핸 13% 전망
신입사원 채용규모 3년째 동결
M&A도 올스톱 경영공백 커져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된 후 지난 22일 항소심 2차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현(54·사진) CJ그룹 회장의 건강이 실제 알려진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CJ그룹에 초비상이 걸렸다. CJ그룹은 올해 2007년 이후 8년 만에 13%라는 가장 낮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데다최근 몇 년 간 매년 2배 가량 늘린 일자리도 올해는 지난해 수준에 그치는 등 그룹 전반에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전병(CMT)도 악화 돼 자칫 걷지 못할 수도=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 회장은 수술 후 재수감 된 지 불과 10일 만에 신장이식 거부반응 전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무리한 수감 생활로 근육이 퇴행하는 유전형(CMT) 증세까지 심해지면서 건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 회장은 신경 및 근육 퇴화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이미 혼자서는 걷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발, 다리 근육이 점차 위축돼 힘을 잃는 CMT 병이 심할 경우 평생 걷지 못한 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고 손 변형으로 손을 쓸 수 없는 등 종국에는 누워서 지내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김연수 담당 주치의(서울대 신장내과)는 "감염 우려가 높은 집단생활과 이상징후 발생 시 제때 검진과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없어 재활운동을 통해 퇴행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신장이식 수술에 따라 고용량 면역억제 요법 시행으로 치주농양, 백내장, 혈당증가 등 다양한 약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불면증, 불안증, 이석증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증상들로 시달리고 있다. 고강도의 약물 치료로 이미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이 회장은 49.5kg의 몸무게로 겨우 버티며 물을 한 잔 마시는데도 1분까지 걸릴 정도로 쇠약증세가 심각한 상태다.
이에 대해 그룹 임직원들은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룹의 계열사 관계자는 "다른 그룹과 달리 CJ그룹은 이 회장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식품회사에서 출발해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로 다각화를 이루기까지 성공과정을 함께 하며 이 회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지대했다"고 말했다. 또 "회장 건강 악화 및 형사재판으로 복귀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그룹 전체가 큰 충격으로 일손이 잘 안 잡힐 정도"라고 털어놨다.
◇성장 멈춰 일자리 약속도 가물가물=CJ그룹은 후계구도가 안정화 돼 있지 않아 계열사 수장들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통해 시스템 경영으로 전환했지만 장기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규모 투자 및 신규 사업 진출의 차질은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33조원 매출 달성을 낙관했지만 28조5,000억원으로 마감한 CJ그룹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보다 13% 증가에 그친 29조4,864억원으로 잡았다. 2007년 이후 매년 20~30% 높은 성장률을 이어온 CJ로서는 최근 8년 새 가장 낮은 전망치다.
매년 연초에 수립을 완료했던 투자 계획 역시 올해는 1·4분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2,400억원을 신규 공장 설립이나 M&A, 웹사이트 오픈 등에 쏟기로 했지만 현재 표류 중"이라며 "지금껏 이 회장과 사업을 논의하던 해외 파트너사들조차 그의 근황에 궁금해하면서 사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물류 부문의 경우 외형성장을 위해 글로벌 기업 M&A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모든 것이 올스톱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시기에 기업의 긴축정책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국립대 교수는 "물류, 식품,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의 핵심 콘텐츠를 가진 CJ그룹이 역량을 해외로 집중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총수의 부재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영업이익이 갈수록 나빠져 청년 및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등 '오블리쥬(사회적 책임)' 실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층, 경력단절여성, 시니어 등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온 CJ그룹은 최근 3년간 1,500명으로 신규 채용 규모를 동결하고 올해는 특히 차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