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잇단 감산에 "이러다 결국…" 車업계 감원 공포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직원들 사이에는 ‘노란 봉투 괴담’이 퍼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자동차 업계의 감산이 잇따르자 지난 1998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9,000명에 달하는 현대차 직원들이 해고통지서가 담긴 노란봉투를 받았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는 것. 한 조합원은 “최근 차ㆍ과장급 150여명에게 노란 봉투가 전해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며 “물론 소문일 뿐이지만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이 감원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들어 일제히 시작된 조업중단 등 감산조치가 결국 감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 비정규직 감축은 이미 시작된 상황. 내년 초에도 심각한 판매부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의 ‘칼날’이 정규직까지 겨누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7일 2주간의 조업중단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의 경우 이날부터 노조가 정문 앞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생산직 대부분이 감산을 구조조정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욱이 상하이차가 자금지원 전에 쌍용차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해 감원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져 있다”고 전했다. 오는 22일부터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GM대우 근로자들도 “내년 초 피바람을 일으키는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에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직원들의 한숨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노동계는 자동차 업계에서 비정규직 감축이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에쿠스 생산을 중단하면서 비정규직 115명을, 쌍용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 310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현대ㆍGM대우ㆍ쌍용차 소속 비정규직 대표들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감원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이미 시작된 조업중단도 당장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장이 쉬는 동안 기존 급여의 70%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달 동안 라인이 선 GM대우 부평2공장 직원들은 일찌감치 다른 일거리 찾기에 나선 형편이다. 완성차 업체 감산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부품 업계도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자동차 관련 79개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 업종 중소기업 경영환경 및 납품애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품업체들은 ▦연월차 사용 독려(50.6%) ▦가동중단(41.8%) ▦근무일수 축소(39.2%) ▦근로자 유급휴직(29.1%)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근로자를 감원하겠다는 응답도 26.6%에 달했다. 감원을 검토할 경우 그 수준은 전체 근로자의 19.4%이며 임금삭감의 경우에는 평균 임금의 17.7% 정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상처 때문에 정규직 감원 같은 극약처방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비정규직 감원은 이미 시작됐고 일부 완성차 업체는 정규직 감축 징후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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