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도지사 후보들이 대선주자라도 되나

6ㆍ4지방선거 시도지사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유권자 중에는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 잠룡들이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치력과 야망을 가진 인물이 시도지사가 돼야 신공항 건설 같은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고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시장을 발판삼아 대통령에 올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로를 따르려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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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인물이든 시도지사 후보가 내놓는 공약은 정책 비전을 제시하되 최대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은 서울 용산 재개발,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각지대 없는 따뜻한 복지체계와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세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공약은 대통령도 이루기 힘든 과제다. 부산에서는 5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직원이 연간 2,000~4,000명 수준인데 양질의 일자리를 매년 5만~10만개나 만들겠다는 공약들이 난무한다. 글로벌 기업 유치, 유라시아 철도 건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겠다는 것인데 구체성도 현실성도 떨어진다. 조 단위의 재원이 드는 대형 사업 공약은 공수표가 되기 십상이다.

대권을 꿈꾸든, 그렇지 않든 시도지사 후보라면 허황한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무리수를 둔 공약, 꼼꼼한 검토가 동반되지 않은 공약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지방재정을 거덜 내기 십상이다. 시도지사들의 임기 중 공약이행률이 대부분 50%를 밑도는 불편한 현실이 계속돼선 안 된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시도지사 출마가 잇따르는 것도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후보로 확정되면 보궐선거로 이어져 국민의 혈세가 이중으로 지출된다. 시도지사가 대선으로 가는 디딤돌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진정성을 담은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게 후보들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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