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LH가 사랑받고 행복주려면

"멋을 많이 낸 아파트입니다." 세종시 첫 입주 아파트인 첫마을 '퍼스트프라임' 1단계 아파트의 특징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이렇게 요약했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인 만큼 행정복합도시건설청과 LH는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더라도 입주민들을 100%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난달에 있었던 사전 점검에서 불만을 나타낸 입주자들이 적지 않았다. 건설청 홈페이지에는 하자 보수를 요구하며 LH와 시공사를 성토하는 입주자들의 글이 1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벽지 마감상태가 불량하다" "복층형 계단 시공이 부실하다" "2차 점검이 필요하다" 등 건의사항이 다양했다. 입주자들의 이런 불평ㆍ불만에 대한 건설청과 LH 측 답변은 천편일률적이다.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적 사항은 완벽하게 보수해서 최고의 아파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마무리 공사와 하자 보수에 여념이 없을 건설청과 LH 직원들이 첫마을 아파트 입주자들의 다양한 건의사항에 대해 일일이 구체적인 답변을 다는 것은 어렵고 또 귀찮은 일일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 일일이 답글을 달기보다는 묵묵히 하자를 보수하면 입주민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새 집에 입주한다는 설렘에 아파트를 찾았다가 실망한 입주자에게 LH가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는 없었을까. 그들 대부분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장만했을 텐데 말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홈페이지에 "너무나도 성의 있게 답변해주시네요. 참 편하게 일하시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지송 LH 사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회 자리에서 "첫마을 아파트 입주가 곧 시작되는데 가까운 곳에 병ㆍ의원과 약국이 없어서 걱정이다. 입주 때까지 주말ㆍ휴일에는 세종시에 상주하면서 직접 상황을 챙기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 사장은 이튿날 오후 세종시에 내려가 오후 10시가 넘도록 현장을 점검했다. 최고경영자가 이처럼 노심초사하면서 고객 만족을 위해 발로 뛰더라도 일선 현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쳐져서 출범한 LH는 땅(Land)과 집(Housing)의 첫 스펠링을 땄지만 사랑(Love)과 행복(Happiness) 등의 가치도 담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행복을 주는 기업이 되려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첫마을 입주자들이 원하는 것은 명품 아파트라는 '겉멋'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정성과 배려'라는 것을 LH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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