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블로그] 김광수 기자의 ‘아! 차!’(14)

푸조에 밀려 이름까지 바꾼 포르셰





수입차 브랜드가 워낙 많다 보니 차명에 관한 글을 한번 더 쓰게 됐네요.

푸조는 세자리 또는 네자리 숫자로 차명을 표기하는 방법을 고수합니다. 맨 앞자리는 차의 크기나 형태, 가운데는 0 또는 00, 가장 뒤의 숫자는 해당 모델의 세대를 나타내죠. 가장 최근 국내에 출시된 208을 예로 들면 소형(2) 차급의 8세대 모델을 의미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0 앞이 1이면 소형, 3은 준중형, 5는 중형, 8은 밴입니다. 0 뒤에 숫자가 높을수록 나중에 나온 모델이겠죠.

가운데 00이 들어간 차량은 기본형 세단이나 해치백 모델을 기반으로 다목적 차량으로 변형한 라인업입니다.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3008은 308을 베이스로 만든 차량이죠.

숫자 뒤에 붙는 영문은 또 다른 차의 성격을 나타냅니다. CC는 하드탑 컨버터블, GT는 고성능 모델, SW는 왜건형 모델입니다. 종합해 보면 푸조 508SW는 중형차급의 8번째 모델이고 왜건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푸조는 세자리 숫자 가운데에 0을 집어넣는 작명 방식으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포르셰의 911도 원래는 901이라는 차명으로 탄생했지만 푸조가 선점한 방식을 넘지 못해 코드명과 달리 실제 차명을 달리 부르게 됐답니다.


볼보는 아주 단순하게 S는 세단(sedan), V는 다용도 차량(versatility), C는 쿠페(coupe)나 컨버터블(convertible), XC는 SUV 등 크로스 컨트리(cross country)를 의미합니다. 영문 뒤에 숫자를 적어 차의 크기를 나타내 S80, V40, XC90 등으로 표기하죠.

관련기사



폭스바겐은 현대차처럼 모델마다 고유한 차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하면 주로 바람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건데요. 대표 차종인 골프는 멕시코만에서 부는 강한 바람의 별칭인 걸프 스트림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5세대 모델까지 래빗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토끼 모양의 작은 엠블럼이 달려있기도 했죠.

중형차 파사트는 지구 전체를 둘러싸고 부는 무역풍을 독일어로 표현한 것이고, 제타는 제트기류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시로코는 아프리카에서 유럽 남부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이라고 하네요.

최근에 나온 모델은 더 이상 바람에서 가져올 것이 없어서인지 차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인지 다른 고유명사를 활용합니다. 투아렉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에 사는 유목민 이름이고,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은 태양신의 아들입니다. 티구안은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로 호랑이처럼 힘있게 오프로드를 질주하고, 이구아나처럼 민첩하게 도심 주행이 가능한 크로스오버 차량을 나타내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일본 브랜드는 각각의 고유명사를 써서 겉모습만 보고 이름을 매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토요타의 베스트셀링카 캠리는 ‘관(冠ㆍ왕관)’을 뜻하는 일본어 간무리(かんむりㆍ벼슬아치)에서 유래해 영어식으로 변형한 것이라고 합니다. 벤자 역시 ‘편히 앉아 쉬는 휴게실’을 뜻하는 ‘편좌(便坐)’의 영어식 표기죠. 만화 이니셜D에서 주인공이 타던 차 AE86을 재탄생시킨 토요타의 86(하치로쿠)은 차명도 만화에서 가져왔습니다.

혼다 어코드는 개발 당시 사람과의 조화를 컨셉으로 만들어져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CR-V와 CR-Z는 차명에 공통적으로 CR이라고 표기하지만 뜻은 다릅니다. CR-V는 Compact Recreational Vehicle로 도심형 소형 SUV를 표방하고, CR-Z는 Compact Renaissance Zero로 새로운 컴팩트 카를 창조하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도전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솔직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요.

닛산 큐브는 박스카의 특성을 살려 정육면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서 따왔는데, 아주 잘 어울리는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 브랜드는 유독 일반명사를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짚(Jeep)의 랭글러는 카우보이, 포드의 토러스는 황소라는 뜻이니까 대략 이름만 봐도 차의 특성이 느껴지시죠?

황소하니까 생각나는 브랜드가 있네요. 바로 람보르기니입니다.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 아벤타도르 등은 모두 투우 경기에 쓰이는 싸움소에서 따온 것이죠. 람보르기니는 브랜드 엠블럼의 강인한 투우소처럼 차의 이름에서도 엄청난 힘이 느껴집니다. 모든 브랜드의 차명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여기까지만 정리하려 합니다.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