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추진해온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1표 차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에 이어 부부 대통령이 된 페르난데스가 집권 8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농산물 수출세 인상안에 대한 상원 표결에서 찬반 의견이 36대36으로 갈렸으며, 부통령을 겸하고 있는 훌리오 코보스 상원의장이 반대 의견을 표명해 결국 안건이 부결됐다.
코보스 의장은 “양심에 따른 표결이었다”며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업단체들도 “아르헨티나에 절대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현 정부를 압박했다.
앞서 페르난데스는 지난 3월 인플레 억제와 농산물 수출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사회발전 기금으로 사용하겠다며 농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농민의 강력한 반발로 4개월이 넘는 파업 사태를 불러 사회 불안을 초래했다.
페르난데스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안건을 의회로 넘겼다. 하원은 지난 5일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관측통들은 페르난데스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60%를 기록한 페르난데스 지지율은 이미 20%까지 추락한 상태다.
특히 야권 등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페르난데스와 함께 페론정의당 대표를 맡고 있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