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수출로 글로벌 침체 뚫으려면


우리나라는 올해 11월까지 5,087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세계 여덟 번째로 연간 수출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무역규모도 이달 들어 세계 아홉 번째로 1조달러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교역대국으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미국ㆍ독일ㆍ중국ㆍ일본ㆍ프랑스ㆍ영국ㆍ네덜란드ㆍ이탈리아 뿐이다. 대단한 위업이다. 우수 부품ㆍ중간재 생산 힘써야 다만 수출의 내수ㆍ고용 창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로 얻는 부가가치가 상당 부분 일부 대기업에 쏠리면서 '대기업 잔치'일 뿐이라며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거의 모든 자원을 수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먹고 산다는 현실을 돌이켜보면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석유ㆍ가스 수입에만 연간 1,000억달러를 쓴다. 수출이 안되면 무슨 돈으로 석유를 수입해 공장을 돌리고 차를 몰며 살아갈 것인가.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글로벌 수출시장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장 좋은 가격에 내놓지 않으면 언제 고객을 잃을지 모른다. 한때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을 보라. 따라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ㆍ중간재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좋은 제품ㆍ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부품ㆍ중간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지원해야 만성적인 부품ㆍ중간재 무역 적자국에서 벗어나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의 온기를 내수로 확산시킬 수 있다."수출은 내수와의 연계가 약하고 대기업 중심이므로 중소기업이나 서민들과는 무관하다"는 등의 비판적이고 축소지향적인 시각보다는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이를 내수로 연결시키는 확대지향적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오는 세계경제 환경은 한국의 수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재정ㆍ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중국을 제외한 전지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낮아지고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환율 변동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출여건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부품ㆍ중간재 생산 기술력을 높이는 한편 해외로 나간 수출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생산성이 낮아 무역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도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낙후된 농축수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길만이 수출과 내수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고르게 발전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처럼 세계경제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여건에서는 건당 수주액이 100억달러가 넘는 해외 대형 플랜트를 적극 수주하는 것도 불황 파고를 넘는 좋은 대안 중 하나다. 원자력발전소 등 플랜트 분야는 산업연관 효과도 크고 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에 경기에도 덜 민감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어 필요한 금융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과제다. 中 의존 낮추고 플랜트 더 수주를 수출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 25%로 높아진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내년 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 비중과 한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린다고 해서 선진국 시장을 쉽게 내줘서는 안 된다. 이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한ㆍ유럽연합(EU)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가 안정과 수출 증가를 동시에 고려해 환율을 균형 있게 운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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