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3의 물결 코넥스시대 개막] 증권사 11곳 지정자문인 "우량기업 상장 적극 추진"

적격성 판단해 상폐 여부 심사<br>공시·IR 지원까지 종합관리


벤처ㆍ중소기업 전용 자본시장인 코넥스시장이 드디어 개장했다. 코넥스시장의 성공여부는 지정자문인의 역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은 있으나 자금조달이 어려운 영세 기업을 코넥스에 상장시킨 후 코스닥 진출까지 돕는 지정자문인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정자문인들은 한국거래소가 코넥스 시장 개설을 위해 선발한 증권사들로 지난 4월부터 코넥스에 상장할 기업을 발굴해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면서 시장형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러한 지정자문인들은 기업들의 코넥스 상장 이후에도 기업의 공시 업무와 기업설명회(IR)를 지원하고 상장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 코넥스에 상장된 기업들이 별다른 부담 없이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후견인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자문인은 총 11개 증권사로 이루어져있다.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와 교보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HMC투자증권, IBK투자증권, KB증권 등 6개 중소형 증권사 등이 코넥스시장 지정자문인으로 선정됐다.

애초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들 위주로 코넥스 지정자문인으로 선정할 방침이었으나 코넥스 시장의 조기 안착과 지정자문인 서비스품질 제고를 위해 과거 인수 실적이 많고 상장유치 능력이 있는 대형사의 참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형증권사와 중소형증권사 가운데 별도의 선정기준을 적용해 중소형사가 절반 이상 선정되도록 조치했다.

한국거래소측은 향후 코넥스 시장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지정자문인을 선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기존 선정된 11개의 증권사들도 규정위반이나 상장기업 유치 실적, 지정자문인 역할 이행 등 성과 평가를 통해 자질이 부족한 곳은 퇴출 당할 수도 있다.

한편 기업입장에서는 지정자문인 계약을 해지하고 일정기간 내 다른 자문인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지정자문인이 상장적격성을 판단해 실질적인 상장폐지 심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가 하던 역할을 증권사들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국거래소 심사는 최소화된다.

이들 지정자문인들은 기업들의 코넥스 상장으로 당장 큰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한다. 코넥스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초기에 공모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넥스 시장 추진 초기에는 증권사들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생각이 변화하면서 지정자문인별로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코넥스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코스닥이나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M&A), 매각, 펀드 유치 등에 나설 경우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정자문인들은 코넥스 상장 초기부터 우량 기업들을 선별해 상장을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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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자문인으로 선정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코넥스시장은 자본시장의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넥스시장을 통해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 모두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넥스시장 설립 취지에 맞게 성장가능성이 높은 우량 기업을 선별해 상장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장된 코넥스 시장에는 총 11개 지정자문인으로부터 21개 기업이 신규 상장됐다. 바이오 기업이 5군데로 가장 많았으며 반도체 장비업체 4개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 자동차 부품, 온라인 정보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상장됐다.

지정자문인 가운데는 IBK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IBK투자증권이 컴퓨터시스템 통합자문 및 구축업체인 아이티센시스템즈를 포함해 4개의 기업을 코넥스 시장에 상장시켰다. 또 KB투자증권이 전기식 진단 및 요법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아나를 포함해 총 3개의 기업을 상장시켰다. 이들 지정자문인들은 올 하반기 추가적으로 상장 기업들을 발굴해 올해 약 50여개의 기업을 코넥스 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특히 IBK투자증권의 경우 모 기업인 IBK기업은행과의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전문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신진우 IBK투자증권 IPO팀장은 "회사 차원에서 코넥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이번에 상장시킨 기업들 가운데는 코스닥 시장에 바로 들어갈 수 있을만한 기업들도 포함돼 있어 코넥스 시장의 신뢰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또 "향후 코넥스 시장은 코스닥 시장 입성 전에 반드시 거치는 형태의 시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지정자문인의 역할은 반드시 안정적으로 기업을 키워 내 코스닥시장에 진출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넥스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 지정자문인들의 고충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코넥스 입성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매출 10억원 이상, 순이익 3억원 이상 등의 조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시장 개설 취지가 영세한 벤처기업의 자금 공급처를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춰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한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정자문인 입장에서는 보다 우량한 기업들을 선별해 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자칫 코넥스에 편입된 회사가 조기에 퇴출 될 경우 지정자문인 실사의 적절성과 관리 감독의 부실함을 묻는 책임공방을 회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지정자문인의 책임과 의무가 많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리스크가 크지만 코넥스 시장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수익도 크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시장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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