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선 승패를 결정할 40대 유권자 상당수가 경제민주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전선에서 직접 양극화를 겪는 40대가 전세대를 통틀어 공정한 경제에 가장 높은 욕구를 보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여당의 경제민주화는 구체안이 불분명해 혼란을 불러오거나 보여주기에 치중, 유권자와 기업 모두를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40대 표심만 의식하다 보니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할 성장동력은 도외시한다는 비판이다.
◇20대보다 더 높은 40대의 경제민주화 욕구=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3일 연 공개특강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 1,000명에게 경제민주화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필요한가라고 물었을 때 79%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지난 6월28일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휴대폰과 집전화를 통해 실시한 이 조사에서 40대를 주축으로 한 중장년층은 20대보다 경제민주화를 더 지지했다. 20대를 비롯한 다른 세대는 70% 초반대만 찬성했지만 40대와 50대의 찬성률은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방안에서도 40대의 적극성은 두드러졌다. 이들은 대기업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일감 몰아주기 반대, 국민연금의 대기업 주주권리 행사,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의 항목에 다른 세대보다 긍정하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경제범죄를 저지른 총수의 경영권을 제한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40대의 90.1%가 찬성했다.
40대 유권자는 일자리ㆍ보육ㆍ주거 등의 문제를 겪는 동시에 퇴직의 압박을 받는 세대다. 다른 세대에 비해 사회적 양극화를 체감하는 정도가 높은 이유다.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사장은 "30ㆍ40ㆍ50대로 갈수록 경제민주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심만 의식한 여당의 경제민주화 논의=역대 선거에서 40대는 가장 중도에서 선거 결과를 결정하곤 했다. 뚜렷한 지지 정당 없이 현 시점에 가장 적합한 쪽으로 쏠렸던 게 40대의 표심이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것도 선거 승패의 키를 쥔 40대의 마음을 사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뚜렷한 정의나 범위, 실천 방안은 아직까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일부 친박근혜계 실세 의원의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는 양상까지 보인다. '박근혜 캠프'의 경제수장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서로에게 불쾌감만 쏟아내고 있다.
당내 의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논의를 거듭하지만 당의 공식 기구인 정책위원회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당내 인사가 제각각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셈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배경에는 이 같은 모호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민주화가 구체적인 정책의 장단점을 따지지 않고 막연한 구호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무상복지에서 증세논쟁을 회피한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세대와 계층별로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 감지된다. 이날 조사에서 여야가 적극 추진한 대형마트 강제 휴무에 대해 20대와 60대 유권자는 반대가 높거나 비등했다. 출자총액제한제 도입 역시 세대별로 찬반이 갈렸다.
노규형 사장은 "전화 여론조사는 대개 들어보고 자기 감정에 맞는지를 표현한 것이고 정치적 판단은 이 같은 정서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높은 지지율이 반드시 합리적 판단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정치권이 40대를 위한 경제민주화에만 몰두하고 20~30대의 미래를 위한 성장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박계 경제통인 강석훈 의원은 "성장 없이 경제민주화만 말한다면 모순"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먼저 말하고 성장 방안을 내놓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맞다"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국가 경제력이 위축되거나 분배구조가 왜곡돼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봤듯 경제가 위축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