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인수 본입찰에서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제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자산관리공사가 매각하는 쌍용건설의 지분 50.07%(1,490만6,103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24.72%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동국제강 컨소시엄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며 종업원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국제강은 앞으로 정밀실사 과정에서 조합을 만나 쌍용건설 육성에 대한 진정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계획이지만 조합의 태도가 워낙 확고해 결과는 불투명하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1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경쟁관계였던 동국제강과 군인공제회가 본입찰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야합이기 때문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반드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또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은 형제 간 상속유산 분배가 실제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조합 측은 총 4,000억원 규모의 국민연금 제2호 사모펀드를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시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조합은 24.72% 가운데 어느 정도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할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조합이 청구권을 전부 행사할 경우 기존 우리사주조합 지분(18.2%)과 임원 지분(1.71%), 우호지분인 쌍용양회 지분(6.13%) 등 총 50.76%의 지분을 획득해 쌍용건설은 종업원 지주회사로 변신하게 된다.
우리사주조합은 따라서 24.72%의 지분 중 최소 15%에 대해서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41.03%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최대주주로 떠오른다. 이 경우 동국제강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35%를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원혁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장은 “펀드 출자사들이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자금은 충분하다”며 “반드시 청구권을 행사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 컨소시엄은 인수 가격으로 당초 알려진 3만4,000~3만5,000원보다 다소 낮은 3만1,000~3만2,000원선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체 인수 금액은 4,620억~4,770억원으로 5,000억원에 약간 못 미친다.
동국제강도 이날 쌍용건설 육성에 관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조합 설득 작업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의 사업영역을 국내외 고급 건축 시장으로 확대하고 브라질 제철소 건설, 당진 후판공장 건설, 기존 공장 합리화 및 재투자 등 자사의 대규모 플랜트 건설에 쌍용건설을 참여시킬 방침이다. 또한 국제통운ㆍ동국통운 등 동국제강의 물류 계열사들의 물류 인프라 건설 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를 통해 2010년까지 국내 10대 건설회사로 키우고 2020년에는 5위권 내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인수제안서에 쌍용건설 임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해 독립 자율 경영을 보장하고, 종업원들에 대한 고용을 승계ㆍ보장할 것을 명기했다”며 “정밀실사 과정에서 쌍용건설 육성에 대한 동국제강의 강력한 의지와 진정성을 전달해 이해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적게 행사하면 조합과 동국제강이 치열한 지분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청구권 행사비율이 높아 동국제강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들게 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자산관리공사와 동국제강 컨소시엄은 이달 중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약 1개월 동안 쌍용건설에 대해 실사를 거쳐 최종인수 금액을 조정할 계획이다. 최종인수 금액 조정이 끝나면 조합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제의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오는 8월 말에 최종 인수자를 가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