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은행권의 퇴직연금 판매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에 대한 약관 승인 문제로 상품 출시가 늦어진 데다, 종업원 숫자가 많은 대기업과 공사 등이 퇴직연금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 주부터 퇴직연금 상품 판매에 들어가 총 323건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국민은행이 확정급여형(DB) 1건, 확정기여형(DC) 54건, 개인퇴직계좌형(IRA) 163건 등 총 40억8,600만원의 퇴직연금을 유치했다. 하나은행이 62건 판매에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우리은행은 8건에 8억원, 신한은행 9건에 20억6,100만원, 조흥은행 6건에 6억원, 외환은행 1건에 1억2,000만원, 농협이 19건에 2억4,000만원의 퇴직연금을 유치했다. 상품 유형별로는 DB형 보다는 DC형이 많았고, IRA형 가입자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고객들은 직원의 숫자가 대부분 10여명 선, 심지어 2~3명인 영세 중소 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이나 공사 등은 아직까지 한건도 가입하지 않았다. 모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담당자는 “아직 제도시행 초기로 기업들이 퇴직연금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오는 2010년까지는 기존의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을 유지해도 되기 때문에 계약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기업의 경우 노사간 합의나 종업원들의 동의 문제 등으로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 김홍중 우리은행 신탁사업단 부부장은 “아직까지는 중소기업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대기업이나 종업원 숫자가 많은 회사들은 노사간 단체협상이 마무리되는 올 1ㆍ4분기나 2ㆍ4분기나에 퇴직연금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퇴직연금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금융권의 노력과 함께 대기업이나 공사 등의 적극적인 가입이 동반 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