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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물은 '아트사커'… 몬트리올을 '약속의 땅'으로

태극여전사 스페인 잡고 여자월드컵 첫 16강

후반에만 2골… 2-1 짜릿한 역전… 두번째 월드컵에서 역사적 첫승

22일 8강행 티켓 놓고 佛과 격돌… 정확한 슈팅으로 역습 노리면 승산

"회복 잘 해 우리 플레이 할 것"

김수연(오른쪽)이 18일 스페인과의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덕여 감독/=연합뉴스

집념의 첫 승으로 '오타와의 기적'을 일군 여자 축구대표팀이 또 하나의 큰 산 앞에 섰다. 이번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3위 프랑스다. FIFA 여자랭킹 18위의 한국은 오는 22일 오전5시(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여자 월드컵 8강 티켓을 다툰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한국이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렀던 곳. 브라질에 0대2로 지고 코스타리카에는 경기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2대2로 비겼다. 대표팀은 그러나 오타와에서 경험한 짜릿한 역전승의 기운으로 몬트리올을 '약속의 땅'으로 바꿔놓겠다는 각오다.

남자 대표팀을 설명하는 '아트사커'로 유명한 프랑스는 여자 축구에서도 대표적인 강호다.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지난 2011년 독일 대회에서의 4위. 이번 대회에서는 잉글랜드(6위)를 1대0으로 꺾은 뒤 28위 콜롬비아에 0대2로 일격을 당했지만 마지막 멕시코(25위)전 5대0 대승으로 곧바로 충격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콜롬비아가 일으킨 이변에서 프랑스전 해법을 찾을 만하다. 콜롬비아는 프랑스를 상대로 볼 점유율 40대60으로 밀렸고 슈팅도 3개(프랑스는 21개)에 그쳤지만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 2개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17일 스페인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살아남은 경기력이라면 한국은 프랑스를 다시 한 번 충격에 빠뜨릴 수 있다. 미국 ESPN은 "전반만 해도 한국이 뒤집을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두 차례 월드컵에서 1무4패 끝에 스페인에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고 전했다.

한국은 오타와 랜스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전까지 1무1패에 골득실에서 스페인에 뒤져 조 최하위였던 한국은 브라질(3승)에 이어 조 2위(1승1무1패·승점 4)로 사상 첫 16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2003년 미국 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던 악몽을 12년 만이자 두 번째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함께 훌훌 털어버린 것이다. 북한에 7골 차로 지던 25년 전을 돌아보면 눈부신 발전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급조된 여자 대표팀은 북한에 0대7, 일본에 1대8로 졌다. 대패의 경험에서 하나씩 배워나간 여자 축구는 최근 들어 각급 대표팀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2010년은 '축복의 해'였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위,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다. 당시 멤버들이 현재 월드컵 대표팀의 주축이다. 2009년 출범해 현재 7개팀 체제로 튼튼하게 운영 중인 WK리그도 대표팀의 젖줄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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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러시아 로시얀카)을 제외한 이번 대표팀 전원이 '국내파'다. 대회 직전 공격수 여민지(스포츠토토)가 무릎 부상으로 제외되는 등 부상 악재가 닥쳤지만 대표팀은 벼랑에서 기적을 이뤄냈다.

이날 전반 29분 베로니카 보케테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8분 주장 조소현(현대제철)의 헤딩골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33분에는 김수연(KSPO)의 오른쪽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이 따랐다. 행운은 끝까지 한국 편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소냐 베르뮤데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넘어갔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결승골의 주인공 김수연은 경기 후 "처음에는 골이 아닌 줄 알았다. 실감이 나지 않고 온몸에 소름만 돋았다"며 "회복을 잘하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프랑스전에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지소연은 "우승한 기분이다. 좋은 분위기 속에 16강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로 나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맞아 1대3 패배를 떠안았던 윤덕여 대표팀 감독은 25년 만에 사령탑으로서 아픈 기억을 떨쳐냈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 프랑스를 맞아서도 도전자로서 좋은 경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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