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대형로펌 롯데 구조개편 역할 주목

김앤장 분야별 전담팀 꾸려 회계자문 등 종합 컨설팅 제공

'형제의 난' 승리 결정적 기여 신동빈 회장에 신뢰 받아

단순 법률·회계 서비스 넘어

IPO·지주사 전환·M&A 등 주요 경영이슈 역할 확대될 듯


이제 막 시작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에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앤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신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으로 모두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얽혀 있는 상태다. 김앤장은 단순 법률·회계 서비스를 넘어 전반적인 경영컨설팅을 할 것이라는 게 투자(IB) 업계와 법조계의 관측이다.

김앤장은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본격화한 지난 7월 말부터 신동빈 회장의 요구로 특별팀을 가동,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초반 불리했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금융투자 업계(IB) 등에 따르면 김앤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전 총괄회장을 앞세워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 이사들을 해임하면서 촉발된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법률·회계 자문에서부터 언론대응까지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당초 다른 A 법무법인으로부터 유사한 자문 서비스를 받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공세 강화로 초반 전세가 불리하게 흐르자 김앤장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7월 말 한국에 입국한 후 '신동빈 회장을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신격호 전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육성 영상을 공개하는 등 여론전을 펴며 경영권 분쟁 초반 주도권을 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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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 회장은 김앤장의 조언을 받으며 초반 불리했던 전세를 차츰 역전시켜나갔다. 김앤장은 법률·회계·언론대응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30~40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측면 지원에 나섰다. 김앤장은 신동빈 회장에게 전통적인 법률·회계 자문 외에도 여론전이 중요한 경영권 분쟁의 특성상 외부로 나가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챙겼다. 이러한 조언을 들은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세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쥔 일본롯데 주주들과 금융권을 접촉해 지지를 확보하는 등 실리를 택했다. 또 7월 자신을 해임했던 일본롯데 이사회의 결정은 법률적 효력이 없는 행위이며 경영과 가족 문제는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불리했던 여론도 차츰 역전해 나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내세워 감정에 호소했던 것과 달리 신동빈 회장이 차분한 대응으로 롯데그룹 최고 경영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성공한 배경에는 김앤장의 도움이 있었던 셈이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그룹과 김앤장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앞으로 본격화될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기업 인수합병(M&A) 등 롯데의 주요 경영 이슈에서 김앤장이 차지하는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은 연말까지 그룹 순환 출자의 80%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룹 계열사 80개 중 업무영역이 겹치거나 유사한 계열사는 올해 안에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대기업의 M&A 법률자문을 휩쓸면서도 롯데와는 인연이 없었던 김앤장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진행하는 IPO에서도 김앤장의 역할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에 이어 세븐일레븐·롯데정보통신·롯데리아 등의 계열사들 IPO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앤장이 공식 자문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신 회장에게 여러 도움을 준 만큼 향후 IPO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이 있지 않겠냐"면서 "김앤장이 롯데와 손을 잡을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인 IPO법률 자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출범한 그룹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에 김앤장이 참여한 만큼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법률자문에도 김앤장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앤장에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도의 팀이 꾸려져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초반 불리했던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 김앤장을 선택한 것이 결국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라면서 "김앤장 입장에서도 앞으로 다양한 법률·회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량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사례"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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