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나라당의 오래된 미래

"계파 타파를 하겠다." 대표 취임 후 첫 번째 과제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망설임 없이 당내 계파를 겨냥했다. 굳이 홍 대표가 아니더라도 이번 7∙4 전당대회의 최대 이슈는 계파정치였다. 모든 후보가 한 목소리로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나뉜 한나라당을 걱정했고 계파간 화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 지도부 출범 첫날이었던 5일에도 역시 논쟁의 중심에는 계파가 있었다. 홍 대표는 현충원에서 최고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파 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들은 공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사실 계파 정치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으로 갈라진 후 친박계에 대한 당내 인선과 공천의 불공정성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바로 직전 지도부를 역임했던 안상수 전 대표만 하더라도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오늘부터 친박이든지 친이든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새 지도부의 최대 과제는 또 '계파 해체'로,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지도부도 왠지 불안해 보인다. 당장 홍 대표 자신부터 친박계의 도움으로 당선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전대 결과에 대한 언론 등의 평가도'한나라당이 계파 정치를 극복했다'는 쪽보다는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힘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여기에다 새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최고위원들간의 불협화음까지 불거졌다. 나경원 의원은 계파가 엷어졌다는 평가와 짙어졌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고, 유승민 의원은 홍 대표의 계파활동 시 공천 불이익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지금까지 계파 정치 타파는 한나라당의 오랜 숙원이었고, 새로 출범한 지도부마다 타파하겠다고 호언했지만 어느 지도부도 이 숙원을 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총선과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계파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은 깊다. 선거의 승패를 가름할 길목에 선 한나라당이 이번엔 계파 타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새 지도부의 명운도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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