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명에 이르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가 사장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정책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탁상행정을 하고 있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실상 따로국밥이다."
지난해 초 불거진 후 1년여가 흐른 동양사태부터 7일로 한달이 되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를 지켜본 한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4일 "너무 아쉽다"며 깊은 한숨을 쉰 뒤 "금융감독 시스템이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또 터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한 연쇄 대형 사고의 근본 원인은 공무원인 금융위와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들 간의 괴리가 너무 크고 결과적으로 사고만 생기면 저축은행이나 동양, 개인정보 사태 등처럼 '초동대응'이 미숙해 화를 키우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또 다른 전직 고위인사는 "금융위 사무관들이 현장을 모르니 콘텐츠가 떨어진다. 현장을 조금만 알았으면 텔레마케팅(TM) 중단에 따른 혼란을 막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TM의 절반 이상이 비전속이라는 현실을 모른 채 허둥대며 막는 데 급급하다 보니 과도한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 역시 "TM시장의 현실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했다면 졸속대책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TM 영업제한 등 과도한 측면이 없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당국의 '탁상행정'을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지적이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위는 부랴부랴 다음주 후반부터 TM영업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당국에 대한 신뢰는 다시 한번 바닥에 떨어졌다.
금융감독 시스템 부실은 초동대응 미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는 "유출된 개인정보 내역확인과 통지과정에 솔직히 문제가 있었다. 2차 피해가 없다는 것부터 국민에게 충분히 알렸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법 절차에 따라 통지한 것인데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감독정책 시스템을 확 바꿔야 대형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감독체계의 구조뿐 아니라 금융위와 금감원의 꽉 막힌 소통구조를 뚫어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 지휘체계의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여러 실험을 했는데 그나마 최선의 대응은 사실상 이원화돼 있는 지휘체계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불분명한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