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월급도 못주는데 5,000만원 준비하라니…

기업회생제도, 비싼 비용에 중소업체엔 '그림의 떡'

로펌·조사위원 선임에 큰 부담… 돈 줄 마른 영세업체 발목 잡아

관련 비용 줄여 문턱 확 낮추고 전담 관선변호사제 도입해야


기업회생제도(구 법정관리)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큰 부담이 돼 재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인들은 법무법인 선임과 법원 조사위원 선임을 위한 예납금 지급 등에 최소 5,0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기업회생제도에 참여했던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세금, 4대보험은 물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처지에 그만한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법무법인 선임료는 대략 3,000만원 가량으로 돈이 말라버린 위기 기업들에게는 벅찬 액수라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선임비용 뿐만 아니라 1차 관계인집회 전 기업 실사를 위한 조사위원 선임 비용도 상당하다. 보통 약 2,000만원이 소요된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전언이다.


간이회생제도가 있지만 조사위원은 각종 실사조사가 주업무라 관계인 집회 생략으로 업무가 특별히 줄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료로 실사조사를 해주는 간이조사위원제도가 옵션으로 도입될 예정이긴 하지만 간이회생제도가 도입됐다고 일반적인 조사위원 선임 비용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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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법무법인을 비싸게 선임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GM의 협력사인 자동차부품생산업체의 A 차장은 "3,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인 만큼 법무법인에서 대부분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지만 완전한 착각이었다"며 "법무법인과 관련된 일은 1년이 넘는 기간 중 초반 한달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졸업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하느니 내가 미리 알아보고 직접 하는 게 훨씬 더 나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업회생제도를 졸업한 중소 건설업체 B 대표는 "회사의 위기는 대표의 개인 채무와 별개일 수 없는데 개인 채무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별다른 도움을 법무법인으로부터 못 받았다"며 "예상치 못하게 개인 채무로 파산의 길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기업재기가 쉽도록 관련비용을 줄여 기업회생제도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영달 동국대 교수는 "현재 기업회생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과대 측정되고 부풀려져 있다"며 "법률과 회계서비스의 질과 가치를 생각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가격이 측정돼야 마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그렇게 비싼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기업회생제도를 전담하는 관선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회생=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될 때 기업에 재기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 전체 신청기업 약 1,300개 중 95%는 100억 이하 중소기업이다. 기업회생은 일반적으로 회생신청, 조사위원 선임 등을 위한 예납명령, 대표자 심문 및 현장검증, 법원의 인가 결정과 관리인 선임, 자산실태조사와 기업가치평가, 회생계획안 작성 및 제출 등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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