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24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 여기서 손을 빼고 25로 벌린 것은 아마추어들이 음미할 만한 수순이다. 보통은 25로 가의 자리에 무조건 꼬부리는데 지금은 그 수를 보류하는 것이 프로의 감각이다. 여건이 무르익으면, 예컨대 참고도1의 흑1에 백이 2로 당장 움직여 준다든지 하면 그때는 흑3, 5로 백대마를 크게 위협하는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백26은 대세의 급소. 흑27의 침입도 미룰 수 없는 곳이다. 흑33으로 끊은 것은 이런 형태의 상용 맥점. 흑37로 받은 수순도 초심자들이 기억해 둘 만하다. 나의 자리에 단수치는 것보다 힘찬 모습이다. 좌우의 연결을 도모하겠다고 참고도2의 흑1에 두는 것은 이 경우에 적절하지 못하다. 백2로 축이 성립되며 이 코스는 백이 희희낙락일 것이다. 흑39까지로 일단락인데 여기서 10분을 생각한 구리는 40으로 꼬부리는 수를 선보여 검토실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기원의 사이버오로 검토실에서는 윤성현9단이 해설을 하고 있었고 루이9단과 서봉수9단이 옆에 앉아 있었는데…. “뭐지? 두텁다 이건가.”(서봉수) “하긴 바로 그 자리를 흑이 두면 백이 곤마성으로 변하긴 해요.”(윤성현) “자신감의 표현 같아요.”(루이) 발이 느리긴 해도 한 수의 가치는 지닌 수로 보인다. 구리의 이 수가 기묘한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