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APEC D-3] ⑥ 주요회원국 언론반응과 기대

美언론 "성과없던 美洲정상회담보다 APEC에 기대"<br>日 "고이즈미, 對아시아 외교관계 복원기회 활용"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앞두고 회원국간 준비가 분주하다. 21개국 정상들은 부산 정상회의를 통해 무역투자자유화 등을 위한 `부산 로드맵'마련과 더불어 테러방지,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 등 역내 현안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전도 활발히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회원국들의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묶어 본다. ◇ 미국 = APEC 정상회의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지난 5일 성과없이 막을 내린 미주정상회담에 이어 열린다는 점에서 조지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어떻게 평가될까 하는 점이다. 지지도 하락으로 국내 운신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미주정상회담 때와 같이 한국에서도 대규모 '반미(反美), 반(反)부시' 시위에 부딪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자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APEC이 그 성격상 정치 보다는 경제 문제를 우선하고 있고, 또한 APEC 회원국이 미주 국가들과는 달리 경제적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미국의 '악화된' 이미지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에게는 부산 방문이 좀 더 쉬운 발걸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두번째는 9일 베이징에서 열릴 제5차 6자회담이 APEC 개막 전 휴회했다가 APEC이후 재개될 예정이어서 부시 대통령과 한국, 중국, 일본 정상간의 북핵 논의가 6자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 모종의 성과를 낼 지도 관심사다. 이와 함께 국제 현안으로 등장한 AI가 부산 APEC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또한AI 차단을 위한 대비태세 훈련 등 회원국들이 상호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것이라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워싱턴=박노황 특파원) ◇ 일본 = 일본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악화된 아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하려는 기회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당장 중국측이 중일 정상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주최국인한국 정부 마저도 정상회담을 확답해주지 않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현지 언론은 회의 기간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성사된 것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일본은 특히 이번 정상회의가 강경파로 분류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신임 외상의 데뷔 무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장관이 최근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반대 입장을 천명하면서 제3의 추도시설건립, 한센인 문제의 해결, 역사 공동연구의 활성화 등 다양한 한국측의 요구를 전달했던만큼 아소 신임 외상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야스쿠니 참배파'인 아소 신임 외상이 과거사 문제에 관한한 한국 정부에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기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북일 양자협의가 재개됐고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만큼 대북 문제에서 공조를 확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일간 경제현안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하루빨리 재개하자고 촉구할 계획이다. 양측은 농산물 관세장벽의 완화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인 뒤 1년여협상을 중단한 상태이다. 또 최근 원유가격 상승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국의 에너지절약 기술을 역내 국가에 제공하겠다고 천명,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모습을 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신지홍 특파원) ◇ 중국 = 베이징의 주요 언론들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별도의 기사로 다루지 않고 후 주석의 유럽3국 및 한국 방문과 함께묶어서 처리하고 있다. 영국, 독일, 스페인, 한국 방문 일정과 주요 의제에 대한 소개에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보도의 흐름은 지난해 11월 칠레 APEC 회담 때도 마찬가지로서, 당시에도후 주석의 중남미 순방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신화통신 등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3일 부산 APEC 정상회의와 관련, 정상회의준비기획단이 두루마기를 회의 복장으로 선정, 각국 정상이 회의 후 두루마기를 입고 사진촬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 정도다. 또 AI 확산 방지대책이 주요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후 주석이회의에서 연설할 것이라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를 전한 언론도 있다. 중국의 주요 매체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대만 대표의 회담 참가여부다. 언론들은 지난달 한국 정부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참가를 완곡히 거절했고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을 대신 출석시키는 대안도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다뤘다. 특히 연합뉴스가 지난 2일 내보낸 21개 참가국 정상들의 캐리커처에 리위안저(李遠哲) 중앙연구원장이 포함된 것을 비중있게 소개하면서 그가 APEC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만 언론 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4일 후 주석의 APEC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이 각 참가국 정상 및 재계 대표들과 만나 세계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교역 자유화 및 다변화를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심화.확대하는 한편 AI 확산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하길 희망한다고 리 부장은 덧붙였다. 한편 경제 중심지 상하이의 관심은 역시 정치보다는 경제에 쏠려 있다. 그래서인지 현지 언론은 정상회의 등 전반적 소식도 전하면서 이에 맞춰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기업 CEO 800여명이 집결하는 이번 회의는 역대 APEC CEO 서밋 가운데 참석자수로는 최고 기록을 자랑한다. 지금까지는 2001년 상하이 APEC이 최고였다. 상하이 언론들은 당시 상하이에서열린 서밋의 경험 등을 소개하며 부산 회의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상 하이APEC 당시 아.태 지역 기업인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경제의 힘을 현장감 있게체험했다. 마찬가지로 부산 APEC에 가장 많은 기업인이 몰린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는게 상하이 현지의 반응이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부산 CEO서밋의 대주제는 '기업가정신과 번영-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성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하여'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비교적 자세히 전하고 있다.(베이징.상하이=박기성.이우탁 특파원) ◇ 러시아 = 러시아 언론은 APEC 정상회의에 대해 러시아 정부의 대(對)아시아외교의 한가지 방편으로서 평가하고 있다. APEC만을 독자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내달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에서 예정된 '제 1차 러시아-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과 연계해 APEC을 아시아와 협력의 한 장(場)으로서 언급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APEC 다자회의 참석차 실무 방문하는 한국보다 쿠릴열도 분쟁, 평화협정 체결, 투자유치 등 현안이 많은 일본 방문에 더 많은 관심을보이고 있다. 외교문제를 다루는 월간 전문지 '디플로마트(외교관)'는 11월호에서 '러시아-APEC'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비롯해 베트남, 태국, 호주 등 APEC 참가국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예 '러시아-일본'이라는 별도의 장을 만들어 4개의 기사를실으면서 푸틴 대통령의 방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은 디플로마트 기고문을통해 APEC에서 에너지공급, 반(反)테러 공조, 경제협력 등이 현안이라면서도 아시아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세안 등 다른 기구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일본을 먼저언급하면서 최근까지의 양국 관계, 정상회담 의미 등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또다른 외무차관인 알렉산드르 야코벤코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국가들과 협력하는데 있어 APEC 뿐아니라 러-아세안 정상회의도 러시아 외교에 균형된 중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푸틴 대통령이 APEC 직전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지만 크렘린과 외무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APEC을 통한 러시아의 한반도 외교 역량 강화문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크렘린 공보실은 휴일인 지난 4일 "푸틴 대통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초청으로 APEC 정상회담이 끝난뒤 19일 한국을 실무방문한다"고 짧게 밝혔다. 러시아 언론도 양국 정상회담 의제와 이후 노 대통령과의 일정 등에 대해서는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고려인 출신 국가두마(하원) 의원인 류보미르 장을 한국방문에 대동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한국과 고려인 사회를 위해 상당한배려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김병호 특파원) ◇ 태국 =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2001년 취임 이후 `빈곤 퇴치'에 특히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탁신 총리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라는 야권과 학계 일각의 비판속에서도꾸준히 추진해온 자신의 빈곤 퇴치 전략을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에 제시할 계획이다. 칸타티 수파몽콘 태국 외무장관은 탁신 총리가 세계화 시대의 빈부국간 격차를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태국 정부의 빈곤 퇴치 정책과 전략을 소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탁신 총리는 아울러 APEC 회원국 정상들에게 태국 정부의 부패 척결 경험도 소개할 예정이다. 탁신 총리는 또 부산 APEC 정상회의 때 남미국 페루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초 단계로 여겨지는 `조기수확 협정'에 조인할 계획도갖고 있다. 태국 정부는 페루와의 `조기수확 협정' 체결이 태국의 남미 시장 진출 확대를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국과 페루는 지난 4일 FTA 협정 체결을 위한 7차 협상을 끝낸 상태다. 태국은 또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칠레와도 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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