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쟁에 봉사해온 과학의 초상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마고 펴냄. 인류사를 통틀어 기록으로 전해지는 3,500여년의 세월동안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시기는 불과 300년도 안된다고 한다. 10년에 최소한 9년이상은 결렬한 전쟁을 벌였다고 하니 전쟁이 아닌 평화상태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19세기 사회과학자 토마스 홉즈가 `자연상태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라고 탄식한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쟁은 반인륜적인 것이고 서로간에 엄청난 인적ㆍ물적 손실을 가져온다. 이 때문에 서로가 팽팽한 힘의 균형상태에 있을 때는 전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상대방을 한방에 때려 눕힐 `결정적인 무기`를 개발하려는 유혹은 더욱 강하게 꿈틀댄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였고, 1차대전을 앞에 두고 각국이 벌인 군비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천재적인 과학자들의 `고심에 찬`기여가 있었다. 어니스트 볼크먼의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Sience go to War)`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사를 통틀어 획기적인 전쟁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들의 경쟁이 어떻게 과학을 전쟁에 봉사하게 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핀다. 상대를 일순간에 제압할 `결정적인 무기`를 획득하려는 국가간, 체제간 경쟁은 과학자들을 때로는 애국심의 이름으로, 때로는 엄청난 연구비 지원을 미끼로 전쟁에 끌어들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의 그리스 과학자들은 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이, 오펜하이머 등 근세의 과학자들, 현대의 아인쉬타인과 그의 친구 레오 실라드, 구소련의 세르게이 코롤레프, 일본의 세균학자 이시이 시로 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조국애 또는 개인적ㆍ사회적 돈벌이 때문에 직ㆍ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전쟁은 과학의 산물이지만 역으로 전쟁을 통해 과학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기도 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정보화의 총화`로 받아들이고 있는 인터넷은 냉전시대 구소련과 미국 첩보기관간의 정보전쟁의 결과물이다. 컴퓨터나 통조림, 스프레이식 모기약, 비행기, 트랜지스터, 볼펜, 그리고 위성위치추적기(GPS)등 우리 생활에 요긴하게 쓰이는 있는 장비들 역시 전쟁의 산물이었음은 더 이상 생소한 지식이 아니다. 미국의 `뉴스데이(Newsday)`지 국가안보문제 전문기자였던 저자는 전쟁과 과학의 결탁은 인간이 상대방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해 고심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관계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스스로가 전쟁에 봉사해 왔다는 사실을 거북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의 `전쟁부역`을 폭로하는 동시에 그들의 고민과 갈등을 동시에 위로하고자 한다. 그는 “과학자들은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을 분리하고 자신들은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탐구에만 종사한다고 말하고 싶어한다”며“그러나 과학자들이 밝힌 자연의 비밀을 인류가 무슨 일을 하기로 작심하는가는 그들의 책임 영역을 벗어난, 전적으로 별개의 영역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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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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