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호텔신라 글로벌 전략에 '한국'은 없다?


12일 저녁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의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에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쌍화점' 등의 영화 의상 제작으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한복을 입고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호텔 직원이 "우리 호텔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다. 한복은 출입이 안 된다"며 입장을 막았다는 것. 이 씨는 한복 출입을 거부당한 이유가 궁금해 지배인을 찾았다. 지배인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기 때문"이라며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황당한 경험은 트위터 등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복이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에서 거부당한 것은 어이 없는 일" "다른 호텔에는 한복 입고 입장하는 것이 허용되는데 왜 신라호텔만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실제로 다른 특급호텔의 경우 고객이 한복을 입었다고 해서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호텔서울 관계자는 "피에르 가니에르처럼 양장 격식을 권하는 프랑스 정통 식당도 트레이닝 복만 입장이 안될 뿐 한복을 제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랜드하얏트호텔 관계자 역시 "뷔페 레스토랑 '더 테라스'에서 실제로 한복을 입고 식사를 하는 고객을 여러 번 봤고 한복이 식당 입장에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호텔신라 측은 "한복 소매에 음식이 묻을 수 있어 주의하라고 한 것인 데 의사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만 밝혔다. 현재 서울 시내 특급호텔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롯데, 워커힐 등 5군데뿐이다. 호텔신라는 한식당 '서라벌'을 운영하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 2005년 문을 닫았다. 국내외에서 한식 세계화 바람이 거세지만 호텔신라가 한식당을 다시 열겠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한국 대표 특급호텔에 한식당이 없는 것은 물론 레스토랑에 한복 입장도 할 수 없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부진 사장은 취임식에서 "호텔신라가 글로벌 명문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성장과 혁신을 경영 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이 생각하는 호텔신라의 글로벌 전략에 '한국'은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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