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도 기업' 준다는데 실제는…

결제수단 다양화로 '어음 부도' 대신 '연체' 처리 늘어<br>"기업실태 정확히 반영할 새 지표 개발 시급"


자금난을 겪고 있는 C&그룹은 시중에 떠도는 부도설에 대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부도란 어음 등 당좌거래 미결제시 적용되는 개념인데 회사가 당좌와 어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경제에 ‘부도 기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자금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어음ㆍ자기앞수표 등 이른바 당좌거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데 따른 것. 이렇다 보니 당좌거래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어음부도율은 체감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죽은 통계’가 돼가고 있다. 지급결제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부도 개념이 최근에는 연체로 처리되는데 기업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 개발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라지는 어음, 사라지는 부도기업=31일 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기업들의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부도 측정지표인 어음 등 당좌거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어음대체 결제제도로 기업구매자금 대출과 전자방식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기업구매 전용카드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음 교환장수 추이를 보면 지난 2005년 8억1,612만장에서 2006년에는 8억507만장, 2007년에는 7억9,967만장 등으로 줄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교환된 어음은 총 5억6,387만장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총 교환장수는 2007년보다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좌거래 업체 수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좌거래 업체는 2003년 초 6만6,000여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는 5만여개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음부도율 등 부도 업체를 산정할 때 당좌거래 정지업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어음 사용 업체가 줄면서 부도 업체도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예전 같으면 부도 기업으로 처리될 회사들이 현재는 연체로 처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구매자금대출은 물품이나 용역을 사고 대금을 은행 대출로 지불한 뒤 기일이 되면 갚는 방식. 기업이 돈을 못 갚더라도 연체로 처리된다. ◇현실과 괴리 커지는 어음 부도 지표=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좌거래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어음 부도 통계는 죽은 지표가 돼가고 있다. 경기는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어음 부도 장수가 줄고 어음부도율도 하향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어음 부도 장수는 2005년 22만6,000장에서 2006년 19만1,000장, 2007년 16만6,000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2만장이 부도 어음으로 처리된다. 9월 어음부도율은 0.02%를 기록했으며 수년간 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어음 부도업체 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05년 3,416개, 2006년 2,529개, 2007년 2,294개로 줄더니 올들어 1~9월에 1,772개로 나타났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기업 환경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부도 어음 관련 지표가 기업의 현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현실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거나 기업 상태를 파악할 때 워크아웃, 휴ㆍ폐업법인, 기업 연체율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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