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분당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성남시 공무원 300여명이 들이닥쳤다. 성남시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해 LH 본사 사옥 정문에 설치된 차량 출입통제용 시설과 울타리ㆍ중앙화단을 뜯어냈다. LH가 직원 600여명을 동원해 저지에 나섰지만 철거를 막지는 못했다. 사전 계도 등의 절차도 없이 강제로 철거한 데 대해 성남시는 불법시설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LH는 "백현마을 임대아파트를 일반공급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사단은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 표류하면서 비롯됐다. 성남시와 LH는 2000년 중원구 일대 구도심을 재개발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사이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3ㆍ4단지에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순환이주용으로 사용할 임대아파트 3,700여가구는 3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장기 공가(空家)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LH가 최근 4단지 1,869가구를 일반공급하기 위해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고 이에 "약속 위반"이라며 발끈한 성남시가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이 아파트가 빈 상태로 방치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탓이지만 문제를 더 키운 것은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2010년 말 성남시ㆍ성남시의회ㆍLHㆍ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가 발족됐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시와 시의회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국민 혈세로 지은 아파트가 3년 째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인근 상인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성남시는 합리적인 해법 제시는커녕 포퓰리즘적 행태로 일관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어느 사회나 의견대립과 갈등을 가지고 있고 갈등을 잘 해결하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지역 주민의 이해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정치적 득실을 저울질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의 행태다. 자신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공기업의 화단을 굴착기로 파헤치는 지자체 단체장에게 박수를 보낼 주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