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집권 3주년 즈음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할 ‘미래구상’은 신년 정책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미래구상은 각론을 배제한 채 일단 장기적 비전과 원칙을 담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정부부처 단위의 ‘백업’ 과정에서 단기 및 중ㆍ장기 대책 형태로 노 대통령의 의중을 뒷받침할 것이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 같은 미래구상을 잔여 임기 중 핵심 의제로 설정할 뜻임을 분명히 밝힌 만큼 정책과제로 적지않은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일부 경제부처는 올해 부동산 투기 잡기에 몰두한 이상의 정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미래구상은 지난 10월30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산행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당시 노 대통령은 “내년 초와 3주년(2월25일) 사이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제안할 몇 가지를 정리해 제출하겠다”며 “미래 과제와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상을 국민에게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미래의 위기와 과제는 고령화와 저출산, 경제적 양극화, 재정개혁, 연금개혁, 노사문제 등을 의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래구상과 관련,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편과 같은 정치적 이슈는 배제되고 경제문제를 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연금개혁과 고령화 사회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 대통령의 ‘미래구상’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부처의 연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청와대 신년 업무보고가 서면으로 대체되고 주제별 통합보고로 전환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보고의 주제가 노 대통령의 ‘미래구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등은 특정 1개 부처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및 사회부처 모두의 공통과제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내년 청와대 업무보고의 주제 선정업무를 경제수석실에 맡겼다.
종합적인 정책 조율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할 미래구상과 이를 뒷받침할 일선 부처의 정책과제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과제가 포함된다면 정부의 정책제시와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만 하더라도 그렇다. 미래에 고갈될 연금재정의 확충방안이 정책과제에 포함될 것이지만 재원분담에 대한 연금부담자들의 반발은 10ㆍ29 부동산정책에 대한 저항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구상과 후속 정책이 미래의 위기를 대비할 묘책이 될지, 새로운 갈등과 분열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