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혁·개방 가속… 경제 활력띨듯(김정일 시대 북한경제)

◎체제 생존위해 실용주의전환 불가피/신의주·남포·원산 등으로 자유무역지대 확대 가능성/인력유입 최소화속 투자유치에 총력김정일의 북한 노동당총비서직 승계로 바닥을 드러낸 북한 경제가 활력을 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승계이전인 올해 6월1일자로 나진선봉지역에 대해 자유상업활동을 허용하고 외화와 바꾼 돈표를 없애는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등 나름대로 제한적이고 실험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개혁·개방노력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김정일의 총비서직 승계이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대대적인 경제개혁조치가 단행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장기적으로는 체제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개혁·개방 확대 등 실용주의적 정책노선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우선 당면과제인 식량난 해소를 위해 외부로부터의 식량도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흉작과 농업의 구조적 모순으로 내년에도 약 2백만톤 가량의 식량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적 이득보다 사상오염 등 정치적 후유증을 더욱 우려, 체제유지 차원의 부분적인 개혁·개방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유제도나 가격제도 개혁 등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현 경제운용방식의 근간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생산성향상을 위한 인센티브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함께 텃밭, 뙈기밭 등 토지사용권, 독립채산제, 분조계약제, 가족도급제를 확대 또는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장기적으로 국가재정 고갈을 초래, 70년대초까지 시행해오다 중단된 세금제도의 부활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김정일은 이밖에 이미 실시되고 있는 자유경제무역지대에 대한 투자유인책을 강화하고 신의주, 남포, 사리원, 원산 등 새로운 지역으로 확대 추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문화휴양지인 구월산, 칠보산을 비롯 금강산, 백두산 등을 관광특구로 지정, 대외에 개방할 가능성도 다분히 있고 동시에 인력유입을 최소화하면서 해외 자본 및 기술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김정일은 국가 수반취임과 더불어 2천년 전망목표 또는 3개년 전망목표 등 경제청사진을 발표, 과도적인 전망목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통일원은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경제가 향후 매년 5%씩 성장한다 해도 89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만도 5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차기경제계획보다 단기 목표제시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했지만 김정일체제의 구조적인 한계때문에 중국식 개방과 개혁정책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대미수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체제 정통성을 확보하고 경제협력 및 원조를 확보하는 등 대미관계 개선을 중심고리로 한 실리외교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4자회담」 수락 등의 대가로 미·북간 판문점 군사채널 확보 및 안보협의회 구성을 추진하는 등 정전체제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 것은 단편적인 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방북 등 남북경협 확대 희망 및 대북경수로 공사를 통해 남북간 인적·물적교류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구축된 것도 김정일이 경제정책노선을 실용주의적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사실 김일성 사망이후 3년동안 북한경제는 한마디로 빈곤의 악순환 구조로부터 헤어나지 못했다. 북한은 침몰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96년 3년간을 완충기로 설정해 농업, 경공업, 무역제일주의 방침을 정하고 집중적으로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완충기가 끝났음에도 아직까지 차기 경제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은 북한경제의 실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일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0년부터 7년간 연평균 마이너스 3.3%의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 현재 북한의 경제규모는 89년보다 무려 30%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96년 북한곡물생산량이 3백69만톤에 그쳐 올해 총수요량 5백70만톤에 비해 2백만톤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통일원은 평가하고 있다.<양정록 기자> ◎떠오르는 인물들/최광,오진우 사후 인민무력부장에 올라/대외 경협엔 이성대·이성록 형제 실세로 오진우 사망이후 7개월간 공석으로 남아 있던 인민무력부장에 군총참모장 최광이 승진했으며 그 후임에 차수 김영춘이 올라섰다. 국방위(위원장 김정일) 결정에 의해 최광과 이을설에게 원수 칭호를, 그리고 대장급인 조명록 이하일 김영춘에게 차수 칭호를 각각 부여했다. 사병출신으로 군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조명녹은 군 총정치국장에, 군총참모장으로 유력시되던 김광진은 신설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에 각각 임명됐다. 최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방북을 추진한 정무원 대외경제위원회 위원장 이성대와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 이성록은 친형제간으로 대외, 특히 대서방 경제협력관계에서 영향력있는 실세로 활동중이다. 전금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고문 자격으로 남북 쌀회담에 임해 한국쌀 15만톤을 북한에 반입시키는데 기여했다. 국제무대에 관심을 끈 인물로는 북미핵협상에서 토머스 허바드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의 상대역을 맡은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과 50차 유엔총회에서 북한대표단을 이끈 외교부 부부장 최수헌 등이다. 반면 김정일 체제 3년동안 사라진 인물도 많다. 폐암으로 사망한 오진우에 이어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봉률 차수도 77세로 세상을 떴으며 대장 손종준도 사망했다. ◎해외 반응/미·일 등과 관계개선 촉진 기대 미국 등 주요국들은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취임이 한반도정세와 주변국과의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김정일이 일단 당면과제인 식량난과 체제 붕괴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찾는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김정일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듯이 무엇보다 미국과의 교섭을 통해 대외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행정부는 북한이 무력 남침을 포기하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식량 원조와 경제 협력 등 대북 유화정책을 유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와관련, 미정부는 지난달 예비회담에서 타결되지 못했던 한반도 4자회담에 대한 태도변화 여부를 향후 북한의 진로를 결정지을 시금석으로 보고 있다. ◇일본:김정일의 총비서 취임이후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지도부 개편 등 북한의 후속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일북 양국 관계 개선과 관련, 일본은 북한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번 취임을 계기로 일본인처 고향방문 실현과 함께 지난 8월 북경예비회담에서 합의된 국교정상화 본회담 재개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측으로서는 북한의 조급한 입장과는 달리, 일본인 납치의혹과 각성제 밀반입 등으로 악화된 국내 분위기에 대한 고려와 한국정부와의 「강온완급」 조절협의 등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그동안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의 최고권력 승계를 기정사실로 간주했기 때문에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직을 승계한다고 해서 북한의 기본적인 대·내외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력세습 추진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나 그 이외의 뾰족한 대안이 없는 현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때 소원해졌던 양국간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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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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