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경영권 획득을 위해 LG그룹이 추진해 온 유상증자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통신사업 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 됐으며, 하나로통신도 자금압박에 따른 경영위기를 맞게 됐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5일 경기도 일산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최대주주인 LG그룹(15.92%)이 제시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2대주주인 삼성전자(8.49%)와 3대주주인 SK텔레콤(5.5%)이 반대하는 바람에 부결됐다. 이 같은 결과가 빚어진 데 대해 어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수수방관 할 수만도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하나로통신은 국내 2위의 유선통신업체이며 코스닥 등록기업이다. 만약 하나로통신이 쓰러진다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국내 유선통신시장은 사실상 독점상태가 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통신시장은 유선에서는 KT가, 무선에서는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아직 완전한 경쟁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주파수 배분, 요금, 기술표준 등의 부문에서 정책당국이 간여할 여지가 상당히 많다. 특히 유ㆍ무선이 통합되고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추세여서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삼성, SK, LG, KT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 그룹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는데다 하청이나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ㆍ벤처기업들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잘못될 경우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민간기업의 문제로만 다룰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정부가 하나로통신의 진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지혜를 짜내서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신ㆍ방송시장 발전의 큰 틀에서 정부가 정책대안을 제시한다면 하나로 대주주들이 합일점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외자유치 협상도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하나로통신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대주주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LG는 다른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LG는 유상증자안이 부결될 경우 통신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이는 그만큼 하나로통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반대표를 던진 SK와 삼성도 대주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들 3사 모두 통신 및 장비시장 참여자로서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공동의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