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신용전망’ 하락

지난 한주 동안 외환위기의 기억을 끄집어낸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올린 지 불과 세달도 못돼 등급 전망을 무려 두단계나 하향 조정했으니 `외환위기`라는 잊혀진 듯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지정학적인 상황이 어렵게 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락으로 한국경제가 받을 실질적인 불이익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5억달러 상당의 추가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잘 알다시피 외환보유고 1,222억달러를 감안하면 이 정도의 비용을 비용이라고 말하기도 우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외채는 1,282억달러인 반면 해외채권은 무려 1,768억달러에 달해 결국 순채권 규모는 474억달러에 달한다. 외환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97년 9월 당시 순외채 규모가 671억달러에 달했음을 생각하면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아직 여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백척간두의 벼랑에서 맞이했던 신용등급의 연쇄적인 하향 조정과 달리 이번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그 영향력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신용등급 전망의 하락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첫날은 환율이 크게 올랐지만 이튿날부터 다시 안정을 찾은 것처럼 세계적인 달러 약세의 기조 속에서 환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더욱이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 한국의 기업들에 큰 이익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2002년 1,330원 수준에서 최근 1,100원대로 떨어지면서 많은 수출업체들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은 우리 경제에 오히려 도움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외채보다 해외채권이 더 많기 때문에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대외 채권의 평가이익을 늘려 국가의 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만에 하나 무디스의 신용등급전망 하향 조정이 연쇄적인 등급조정의 시발점이 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시장을 압도할 것임에 분명하다. 결국 북핵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위험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공포에 굴복하기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과 원ㆍ달러 환율의 추이를 관찰하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태순 한화투자신탁운용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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