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ㆍ21 부동산대책’에 유동성 지원과 함께 예상외로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되면서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추가 대책은 없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 구조조정안을 담은 것 자체가 정부로서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서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주택투기지역 해제라는 방법을 통해 그동안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 자체가 정부로서는 커다란 입장 선회다. 여전히 정부 내부에서는 금융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까지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특단의 카드를 쓰게 만든 셈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 정도면 건설업계의 요구에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 쓰지 않은 카드가 있다. 바로 ‘재건축 규제완화’다. 지난 9ㆍ19 대책에서도 정부는 재건축 규제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검토’ 입장을 거듭했었다. 지금 당장은 쓰지 않겠지만 시장이 확실하게 안정되면 규제를 풀 가능성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차례 신도시보다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가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시장이 계속 악화된다면 정부가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 여부도 정부가 아직 쓰지 않은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일반 양도소득세율보다 훨씬 높은 5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낮출 경우 투자 수요를 살려 얼어붙은 분양ㆍ거래시장을 다소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칫 “정부가 투기를 조장해 부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나타났듯 추가 규제완화는 어디까지나 건설업계 스스로 분양가 인하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할 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농가 직불금 문제로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모럴 해저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시장 살리기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완화에는 무엇보다 확실한 이익환수장치가 전제돼야 한다”며 “시장이 어렵다고 무턱대고 규제를 풀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정부의 추가 대책 여부는 건설업계가 스스로 얼마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느냐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