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 붕어빵이 안보이네"

영하10도 넘는 강추위에 밀가루·팥등 재료비 상승<br>서울시 노점상 단속 겹쳐 거리서 찾아보기 어려워져


'그 많던 붕어빵 가게들은 어디로 갔을까.' 겨울철 시민들의 대표적인 간식거리로 사랑 받아오던 붕어빵이 사라지고 있다. 예년 이맘때면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 역사 주변, 동네 골목길 등에서 붕어빵을 파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붕어빵 가게나 노점상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겨울철에 저렴한 가격으로 배도 채우고 추위를 녹일 수 있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붕어빵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붕어빵은 보통 추운 날씨에 잘 팔린다. 하지만 적당히 추워야지 요즘처럼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추위로 시내의 유동인구가 줄면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에 서울 지역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날은 무려 여섯 차례. 같은 달 평균 기온은 영하 5.1도로 평년(1971~2000년)의 영하 3.4도보다 2도 가까이 내려갔다. 새해 들어서도 최저기온은 1일 영하 10.4도, 2일 영하 8.5도, 6일 영하 9.8도, 7일 영하 10.6도 8일 영하 8.2도 등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999년 국내에서 최초로 붕어빵 체인사업을 시작한 황금어장식품의 한 관계자는 "붕어빵은 체감온도 기준으로 영하 4~5도 정도일 때 가장 잘 팔린다"며 "요즘같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붕어빵 장사는 11~12월이 최대 성수기인데 올 겨울은 날씨도 춥고 눈까지 많이 내려 대목이 없는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하루 동안 눈이 최대로 많이 쌓인 적설량은 9.4㎝로 2008년 2.8㎝, 2009년 2.8㎝보다 크게 늘었다.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ㆍ팥의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거나 최근 급등하는 점도 붕어빵을 사라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현재 밀가루 20㎏의 도매가격은 1만8,000원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올랐던 2008년 당시의 2만2,000원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8년 이전 밀가루 20㎏의 도매가는 1만3,000~4,000원 정도였다. 팥(적두 80㎏)가격은 최근 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35만원대를 유지했지만 10월부터 뛰기 시작해 이달 들어 73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여기에 LPG 일반 프로판 가격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888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12월의 1,952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시장에서 4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박모(45)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황이라 장사하러 나오는 것이지 이렇게 재료비와 가스 값이 오르는 데 어느 누가 버티고 장사할 수 있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붕어빵이 사라진 이유가 2007년을 기점으로 강화된 서울시의 노점 단속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시민보행 편의 차원에서 특화거리를 조성해 노점들을 이면거리 안으로 유도했고 신규노점 진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당시 1만2,000여개에 달했던 노점 수는 2008년 10만204개, 2009년 10만345개, 2010년 9,395개로 줄어들었다. 서울시 도로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기존 노점에 대해서는 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편 신규 노점이 들어서지 않도록 단속하는 쪽으로 시의 정책이 바뀌었다"며 "도로는 시민을 위한 거리인 만큼 신규 발생 노점은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붕어빵 가게와 노점상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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