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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5시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삼삼 오오 무리지어 옷과 액세서리를 둘러보는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해 5월 오픈 때만 해도 한산했던 곳이 요즘에는 중국, 일본인 관광객 인파로 넘쳐나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뤘다. 동대문이 과거 패션 명가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의 6~7월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고 외국인 매출은 200% 이상 급증했다. 오픈 당시 10% 비중인 외국인 매출은 7월말 현재 35% 이상으로 수직상승했다. 해외 관광객이 상권 부활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깜짝 방문 덕에 6층 전체 매장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0% 이상 신장했다.
이같은 급격한 변화는 지난 3월 개관한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영향이 크다. 해외 관광객의 한국 방문 필수코스로 자리잡으면서 동대문 상권의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주변 쇼핑몰의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DDP 개관 이후 지하철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이용고객이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겐 아직 의류 쇼핑 메카로 명동이 앞서지만, DDP개관 이후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겨난 격"이라며 "DDP 인근의롯데피트인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는 등 동대문 상권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바뀌면서 쇼핑 중심지도 서서히 이동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의 경우 3월 21일부터 현재까지 4개월간 방문고객수는 일 평균 1만5,000명으로 DDP 개관 직전 4개월 보다 25% 증가했고 일 평균 매출도 15%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중에는 외국인 이 눈에 띄게 방문하고, 주말엔 동대문 일대를 투어하는 가족단위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오픈 1주년을 맞아 동대문 SPA 브랜드 '레꼬브' '뮬'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에움' '리앙에스제이' , 온라인브랜드 '스타일옴므' 등 신규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과거 동대문 상권의 침체와 함께 사장되는 듯 했던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대문 패션의 한 축인 두타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 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 5년 만에 대대적 리뉴얼 공사에 돌입한 것. 8월 1일부터 한 달 간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 뒤 9월 1일 재오픈한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라는 콘셉트로 색다른 라이프스타일 쇼핑문화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백화점이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구분한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진취적인 트렌드세터,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싱글족, 스웨그족, 키덜트족 등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또한 이주영의 '레쥬렉션', 최지형의 '쟈니헤잇재즈', 강기옥의 'Ki Ok', 홍승완의 'Sweet Revenge' 등 뜨는 디자이너를 영입해 한류 패션 붐을 일으키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지난 23일에는 입점 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패션 디자인 클러스터'가 동대문 의류 도매 쇼핑몰 'JABA11(자바일레븐)'에 오픈해 동대문 상권의 부활을 뒷받침하고 있다. 패션 디자인업체와 창업 상인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주 업무다. 중국 바이어와 중소 유통업체를 연결시켜 해외 진출과 수출을 지원한다. 모델 에이전시 'NFM'과 손잡고 모델 런웨이, 패션 페어, 바이어초청 미니패션쇼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주변 호텔들도 동대문 상권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는 DDP 운영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과 지난 2월 MOU를 맺고 행사 관련 업무에 협력하기로 했다. 서지영 JW메리어트 마케팅 팀장은 "봄·가을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 다음달 DDP에서 '장소의 정신 샤넬'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굵직한 행사들이 열릴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DDP 인근 호텔에 투숙하거나 애프터 파티 등을 벌이면서 호텔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