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복지만 받아먹어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오는 2014년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정부 예상과 달리 차기 정부도 재정적자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12~2016년 5년 동안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 재정수지가 매년 20조원의 적자를 본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7년 추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차기 정부 내내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셈이다. 이마저 대선주자들의 복지공약 재정지출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나라살림의 주름살은 더 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거나 세수를 늘리는 길밖에 없지만 사정은 딴판이다. 대선주자마다 귀에 솔깃한 복지확대를 경쟁적으로 내놓지만 증세를 포함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율은 가급적 올리지 않는 대신 비과세 감면 대상을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막연하기만 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조세개혁이라는 원칙론만 밝히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역시 뜬구름잡기다. 뭘 어떻게 할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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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증세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과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국민에게 그 필요성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세금 문제가 경제정책 공약의 제1순위에 올라간다. 세목별 세율 조정까지 세세하게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구간별 소득세율을 20% 인하하고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식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자본소득세율을 20%로 인상하고 부유세의 일종인 버핏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금만큼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 없다. 지금까지의 우리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앞으로 5년간 세금이 어떻게 늘고 줄어들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표를 찍어야 할 판이다.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라면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세금 문제를 뒤로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청사진을 내놓는 정공법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는 후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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