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오전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쿠릴 열도(일본의 북방영토)를 전격 방문해 일본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대통령이 남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은 러시아(옛 소련 포함) 국가원수 중 처음으로 양국 외교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조짐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귀국하는 길에 1일 쿠릴열도의 구나시리(國後ㆍ러시아명 쿠나시르) 섬에 도착해 지역 발전소 등을 시찰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즉각 “북방영토는 일본 영토”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외교관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항의했다. 구나시리 섬은 에토로후(擇捉),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와 함께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쿠릴 열도 4개섬 중 한 곳이다. 북방 4개 섬으로도 불리는 남쿠릴 열도는 1855년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정부간 조약을 통해 일본 영토로 인정됐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러시아로 넘어가 양국이 영유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남쿠릴 열도 방문에 대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문제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과 연대해 일본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센카쿠 열도 문제로 중국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던 지난 9월 말 쿠릴 열도 방문하려 했으나 기상 악화로 연기됐다가 이날 직접 방문한 것이다. 벨리 주일 러시아 대사는 “이번 방문은 순수한 러시아 내 일정이며 대외적, 국제적인 측면은 없다”며 “일본 측의 냉정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