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남미는 '중도 좌파' 세상

룰라 브라질 前대통령 성공 힘입어<br>우루과이·엘살바도르 대선서 승리<br>페루서도 우말라 후보 당선 확실시


고물가ㆍ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던 브라질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의 성공기에 힘입어 중남미 지역에서 중도 좌파의 인기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우루과이와 엘살바도르, 지난 해 브라질에서 실용주의와 룰라식 경제발전 모델을 지향한 후보들이 대선에서 모두 승리한 데 이어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도 출구 조사 결과 중도 좌파 성향의 오얀타 우말라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중남미 정치 지형에서 중도 좌파가 강경 좌파를 밀어내고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우말라 후보의 당선 유력 소식에"남미 강경 좌파의 쇠퇴 과정에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우말라 후보가 지난 2006년 대선 당시에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강경좌파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식 사회주의를 외치다가 패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실용 좌파 쪽으로 방향을 틀어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의 노선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페루 일간 라레퍼블리카는 "우말라가 이제 차베스를 실패한 인물로 보고 있다"며 "그는 룰라가 구축해 놓은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말라 후보는 선거 직전까지 우파 진영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벌였지만 출구 조사 결과 우말라 후보의 득표율이 52.5~52.7%로 집계돼 후지모리 후보를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우말라의 당선이 확정되면 페루에서는 1975년 후안 벨라스코 알바레도 군사정부 이후 36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룰라의 인기가 정치 지형을 바꾼 곳은 페루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우루과이 대선에서 좌익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 후보가 룰라 지지 발언으로 과격 이미지를 털어내는데 성공한 후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 해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승리한 마우리시오 푸네스 후보도 집권 이후 룰라식 실용주의 중도 좌파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야권 후보들까지 '룰라 따라 하기'에 열중하고 있어 실용주의 중도 좌파가 완전히 대세로 분위기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이 중남미 강경 좌파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치 컨설턴트 루이스 알베르토 로페즈 라파치에리는 "지난 2007년 집권한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마지막 차베스 추종자가 될 것"이라며 "차기 대권 주자들은 중도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니카라과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오르테가의 3선 도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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