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야 종소리 듣더라도 예산안 합의처리 해야

올 한해를 정쟁으로 일관한 정치권이 끝내 직무를 유기할 모양이다. 실낱 같은 희망을 갖게 했던 '30일 예산안·국정원 개혁법안 일괄처리' 약속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갈등은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정원특위 잠정합의안 수용불가'를 밝히며 대화를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예산안 처리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여야 간사 간 잠정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입장은 어떤 이유로든 납득하기 어렵다. 약속했던 예산안 처리기한을 불과 하루 앞둔 마당에 제1야당 대표의 여야합의 부정은 벼랑 끝 전술을 연상케 한다. 또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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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만약 예산안 연내처리가 불발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야당에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원내 제1당으로서 국정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꽉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이 "여야가 뒤바뀌었다"고 항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누리당은 대화와 예산안 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년 예산안의 연내처리가 불발되고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된다면 국민의 정치혐오증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에 국민은 피곤하다. 국회와 청와대가 예산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준예산 편성은 올해로 마감했어야 할 갈등과 대립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편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계사년도 이제 하루 남았다. 이제라도 국회는 올해의 갈등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예산안을 확정하는 '제야의 종 예산'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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