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2일] 회색 황금

인류문명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돌을 갈아 사용한 석기시대를 시작으로 동과 주석으로 도구를 만들어 썼던 청동기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됐던 철기시대를 지나왔다. 그리고 석탄과 석유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인류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렇듯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문명의 꽃을 피웠다. 시기적인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불과 몇 년 안에 인류문명은 또 한번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의 본격적인 출현이 그 서막이 될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석유가 아닌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리튬이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리튬전지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인 녹색성장을 실현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자동차산업 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튬이 차세대 에너지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리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자동차뿐 아니라 리튬은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등 기존 제품의 전지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리튬을 둘러싼 세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리튬 최대 생산지는 칠레ㆍ아르헨티나ㆍ미국 등이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보유한 우유니 광산이 있는 볼리비아가 주목받고 있다. 리튬의 효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생산 국가들은 하나같이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외국 국가로는 처음으로 볼리비아와 우유니 광산의 리튬광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들어 본인은 4월부터 10월까지 세 번이나 볼리비아를 다녀왔다. 그 중 두 번을 대통령 경제특사와 함께 방문했고 또 볼리비아 대통령을 만났다.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최대 경쟁력인 우리나라야말로 리튬의 안정적 확보는 향후 국가경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리튬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오는 2015년이면 연 20만톤이 넘는 다소비 리튬 수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수요량의 10배가 넘는 양이다. 자원민족주의의 파고를 넘어 경쟁국보다 앞서 리튬의 안정적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민관차원의 실질적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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