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물길 열린후 첫 설 맞은 청계천 인근 재래시장<br>"설장사 작년 반토막도 안돼 임대료도 내기 힘들어"<br>그나마 먹는 장사는 호조… 경기회복 기운 확산기대
| 지난해 10월 새물길이 열린 후 첫 설을 맞은 청계천에 인접한 광장시장은 설 대목에도 불구, 예년에 비해 손님이 크게 줄어 한가한 모습이다. (위) 그나마 청계천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 덕분에 포장마차 등 먹거리를 파는 매장은 붐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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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새물길이 열린 후 첫 설을 맞은 청계천에 인접한 광장시장은 설 대목에도 불구, 예년에 비해 손님이 크게 줄어 한가한 모습이다. (위) 그나마 청계천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 덕분에 포장마차 등 먹거리를 파는 매장은 붐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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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새물길이 열린 후 첫 설을 맞은 청계천에 인접한 광장시장은 설 대목에도 불구, 예년에 비해 손님이 크게 줄어 한가한 모습이다. (위) 그나마 청계천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 덕분에 포장마차 등 먹거리를 파는 매장은 붐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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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청계천 인근 평화시장.
이곳에서만 25년간 장사를 해 왔다는 상인 최모씨는 최근 3년 동안 설 대목 장사가 내리 마이너스라고 푸념을 하면서도 조심스레 ‘희망’을 이야기한다.
“내수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여기는 대한민국이 아닌 것 같아. 이거 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힘들긴 힘들지만 그래도 어떡해.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야지. 그러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어.”
청계천 인근의 광장, 평화, 동대문시장 등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수많은 상인들도 올해 처음으로 청계천의 새 물과 함께 설을 맞는다. 이들은 최근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고, 청계천도 새로 열려 풍성한 설 대목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작년 보다도 못해 허탈해 한다.
특히 의류, 잡화, 청과 등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매장 안에 설치한 조그만 TV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포장마차 등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은 청계천에 나들이 하러 나온 사람들이 늘어나 예년보다 따뜻한 설 대목을 보내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10여년째 모자를 팔고 있다는 최 모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 말한다.
“설 대목 손님이 작년의 절반 정도 밖에 없어요. 봄 신상품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안 팔리면 몽땅 빚이 될까 봐 무서워서 못 들여 놓고 있습니다.”
1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10년 전부터 평화시장에서 완구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의 하소연도 비슷하다.
“적어도 3달에 한번은 신상품을 사러 중국에 다녀왔는데 최근에는 1년째 못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장사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는데 요즘 같아선 월급쟁이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예전 같으면 설빔을 마련하는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한복상점이 몰려있는 광장시장. 평소 보다는 손님들이 다소 많아 보이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설 대목을 맞아 손님은 늘어나도 씀씀이는 제자리 걸음인 때문. 매장을 찾은 한 부부에게 방금 어린이용 설빔을 판 광장시장의 H모 상회의 김모 씨. 손님이 없는 와중에 옷을 팔아 기뻐할 법도 하지만 그는 매장을 나간 손님 뒤로 한숨을 내뱉었다.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돈이 없다면서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1~2벌 사갈 정도입니다.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 돈 쓰는 사람과 돈 쓰는 곳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오죽하면 얼마 전에 종업원들을 모두 그만두게 하고 지금은 혼자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2~3명씩 종업원을 부리던 사장님들이 지금은 부부끼리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죠.”
설 대목인데도 이렇게 장사가 안되니 월세나 관리비가 밀리는 상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각 시장별로 10~20%의 상인들은 임대료가 밀려있는 상태다. 평화시장 내 L부동산의 김 모씨는 “임대료 문제로 상가 주인과 상인들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데 양쪽 사정이 다 딱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도 어렵고 안타깝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꼬치구이, 어묵, 빈대떡, 떡볶이 등을 파는 노점상이나 포장마차, 청계천 인근 식당들은 일반 상가 보다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되는 모습이었다. 빈대떡과 탁주를 곁들여 삼삼오오 모여 앉은 40~50대 손님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연신 입김을 불어가며 떡볶이와 오뎅국물을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젊은 연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여년째 광장시장에서 떡볶이와 순대 등을 팔고 있다는 이점례씨는 “청계천이 복구된 후에 구경꾼들이 늘어나 먹는 장사는 좀 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시장 상인들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서 드러내 놓고 말도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냉랭한 설 대목 경기지만 많게는 수 십년 간 삶의 터전을 지켜오며 온갖 산전수전 다 겪어온 시장 상인들은 그래도 입을 모아 희망을 말한다.
“곧 봄이 오면 청계천에 사람들도 훨씬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장사도 잘 되겠지요. 재래시장에 주차장도 생기고, 자판기도 많이 들여놓고, 화장실도 무료로 개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대통령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