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물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폭락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단기 투자처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이의 영향으로 기업어음(CP)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갈 곳 잃은 돈이 점차 위험자산으로 퍼지면서 단기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만기가 길고 위험성이 높은 회사채와 등급 낮은 채권들은 여전히 외면 받는 등 장기자금시장까지 온기가 퍼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금리 사상 최저 수준으로 ‘뚝’=8일 채권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 만기 CD 금리는 전일 대비 0.67%포인트나 폭락하며 연 3.25%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12월10일 5.44%까지 치솟았던 CD 금리가 불과 한달도 안 돼 2.19%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CD 금리 폭락의 여파로 3년 만기 국고채도 전일 대비 0.19%포인트 급락한 연 3.26%를, 1년 만기 통안채는 0.26%포인트나 크게 내려 연 2.74%를 기록했다. ◇CD 금리 왜 폭락했나=CD 금리가 폭락한 이유는 시장가보다 크게 낮춘 기업은행의 CD 발행 때문이다. 당초 기업은행은 이날 500억원 규모, 3.20% 금리로 CD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행 직전 2,000억원 규모의 6개월물 중소기업은행 금융채가 3.0%에 발행되면서 3개월물 CD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업은행은 전일 고시금리보다 1.02%포인트나 낮은 2.90%로 CD를 발행했다. 아울러 최근 돈이 몰리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운용사에서 더 많은 채권공급을 원해 발행규모가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에서 CD 공급을 꺼리는 반면 수요는 많아지면서 CD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넘치는 부동자금, 위험자산으로 전이=주목할 점은 CD 금리뿐 아니라 CP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CP 금리는 이날 0.16%포인트 내린 연 6.08%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10일 7.25%에서 1.17% 급락한 것이다. CD 금리 하락폭에는 못 미치지만 CP가 대표적인 위험자산임을 감안하면 시중자금이 서서히 안전자산에서 신용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한은의 기준금리 하락과 유동성 공급이 단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금리파급 메커니즘’이 다시 활성화됐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수익률을 좇아 국공채ㆍ통안채에서 은행채ㆍCD로, CD에서 CP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자금시장은 여전히 냉기=단기자금시장은 사실상 제 기능을 회복한 상태지만 기업 자금줄인 회사채시장과 신용등급이 낮은 CP시장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3년 만기 회사채(AA-)는 이날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7.2%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국고채와의 격차가 여전히 4%포인트가량 벌어져 있다. 특히 BBB- 회사채는 무려 11.7%대의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자금이 풍부하지만 아직은 단기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만기가 길고 위험도가 높은 채권은 여전히 기피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자금시장까지 온기가 퍼지려면 은행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제 코가 석자여서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