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빈 라덴 사살] 이슬람 극단주의 입지 좁아져

살레 대통령은 보복테러 빌미 안물러날수도 <br>■아랍권 정세 영향은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이 아랍권 정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 중동 전문가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될 계기라고 보고 있다. 지역별로 분화된 알카에다 조직들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지만 더 이상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 아랍인들의 마음에서 자리잡지 못한 채 결국 고립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알카에다의 최대 근거지인 예멘은 퇴진을 약속한 살레 대통령이 알카에다에 의한 보복 테러를 빌미로 집권 연장을 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10년 전 빈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졌다면 아랍권은 미국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겠지만 현재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는 아랍 세계의 구 질서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과거 아랍 시민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과 친미 독재정권에 맞서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테러집단들에 심정적 지지를 보냈다. 알카에다 등이 아랍 전역에서 병력과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룰라 칼라프 파이낸셜타임스(FT) 중동부문 에디터는 칼럼에서 "빈라덴의 폭력은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할 유일한 수단으로 정당화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현재 자발적이며 평화적인 반정부 시위를 통해 철옹성 같은 정권을 손수 무너뜨리는 경험을 맛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폭력을 통한 저항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현재 알케에다에 대한 지지율은 국가 별로 10% 미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저명 언론인인 자말 카쇼기는 "아랍인들은 변화를 원하지만 그 방법은 비폭력적이며 모든 사회계층을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동 테러집단의 기반 약화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승리를 가져줄 수 있지만 한편으론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P는 "이제 빈라덴이 죽었으니 미국은 아랍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는 이집트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집트 이슬람형제단과 이란 정부도 이러한 정서를 이용, "미군과 동맹군은 더 이상 중동에 주둔할 명분이 없다"며 공세를 펼쳤다. 미국으로선 최대 공적을 제거한 이후 지속적인 정치ㆍ군사적 개입이 자주 의식을 갖춘 아랍인들에게 반미 정서를 촉발하게 될 지 우려하는 대목이다. 다만 예멘의 경우 빈라덴의 죽음이 단기적으로 반정부 시위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걸프지역 군사전문가인 시어도어 카라시크는 "예멘 내 알카에다 세력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알리 알둘라 살레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정권유지를 위해 퇴진요구를 거부할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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