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조광래 前축구대표팀 감독 "선수 선발 과정서 외압"

조광래(57)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로부터 선수 선발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 전 감독은 26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이 외부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며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선수 선발에) 외압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전격 경질된 조 전 감독은 후임인 최강희 감독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고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조 전 감독에 따르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ㆍ레바논 원정경기를 앞둔 시점에 축구협회 수뇌부 3명이 선수 추천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조 전 감독은 3명이 누군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추천을 할 수 있지만 공교롭게도 3명이 똑같은 선수를 지목하며 대표팀에 발탁했으면 하는 뜻을 전해왔다"며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당시 협회가 추천한 선수를 뽑아주면 그만 아니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원칙과 소신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 한 명을 넣어주면 두 명, 세 명이 돼도 할 말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조 전 감독은 "당시 그 선수 선발을 놓고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했지만 모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 아니다'였다"며 "대표 선수로 뛰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축구협회에서 대표팀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비협조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감독은 "중동 원정 2연전에 앞서 기술위원회에 레바논과 쿠웨이트 경기의 분석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협회에서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임박한 경기 준비가 급했기 때문에 더 요구하지 않았지만 레바논과 쿠웨이트의 전력 분석은 반드시 이뤄졌어야 하는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중동 2연전을 앞두고 경고 누적과 부상에 대비해 기존 23명에서 2명을 더한 25명으로 선수단을 꾸리자고 했지만 협회가 거부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조 전 감독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대표 선수 선발은 경기력과 컨디션, 전술 이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황보 위원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협회 수뇌부에서 그 선수를 추천할 때 황보 위원장도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대표팀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최강희 감독을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성공한 대표팀 사령탑이 되려면 협회 수뇌부가 전폭적인 힘을 실어줘야 하고, 외압에 흔들려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탁을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회택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현 축구협회 부회장)은 조 전 감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풀백이 없다고 먼저 조 감독이 얘기해 왔다"며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을 다녀온 '000'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누가 조광래 감독에게 가서 선수를 뽑아라 말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위원장은 "기술위원장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누구를 뽑으라고 한 적이 없다. 5월에 조 감독이 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다 뽑아가 그걸 얘기하다가 혼이 났는데 그 뒤에 내가 어떻게 선수를 추천하겠느냐"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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