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무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 가격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당초 이날로 예정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그룹이 본입찰 연기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늦추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매각을 최대한 지연시킨 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매각을 철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매각 작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최대한 천천히 매각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각시기를 늦춰 가격을 더 높여 받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조조정을 마치고 사업구조를 재편해 몸값을 높이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증권은 최근 매각을 준비하면서 4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운명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현대증권은 이달 중 예비입찰을 받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예비 매수자의 의견 등을 고려해 순연하기로 했다"며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매각가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중순 정도로 매각이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 중국 푸싱그룹 등 3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