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돈, 굴릴 곳 없어… 해외로 빠져 나간다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9월 해외증권투자 잔액 사상 첫 2000억弗 돌파


우리나라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의 해외증권투자액이 지난해 말보다 100억달러 늘어나는 등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주된 요인이다. 더욱이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함께 중국 증시에 국내 투자자들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말 우리나라의 대외증권투자 잔액이 6월 말보다 40억달러 늘어난 2,005억달러에 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증권투자를 뜻하는 지분증권투자 잔액이 1,392억달러로 전체의 70%를 차지했고 채권투자인 부채성증권 잔액이 613억달러였다.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대외증권투자 잔액은 10년 전인 2004년 말에는 33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후반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호황으로 2007년 말 1,586억달러로 5배나 급증했다. 증가세는 2008년 금융위기로 한풀 꺾였다. 해외투자금이 급속히 회수되면서 2008년 말 751억달러로 떨어진 뒤 2012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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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채권보다 증권투자가 더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의 자금운용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간접투자상품이 많아지고 해외 수익률이 더 높기도 해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2년 이상 1,800~2,10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정기예금은 물가상승률·세금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다. 지난해 미국 주가 상승률은 26.5%에 달했으며 올해 2·4분기 2.2%, 3·4분기에는 1.3% 올랐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등 거시경제환경 변화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인 및 금융기관의 해외투자 수요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투자주체별로 보면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의 해외투자가 두드러졌다. 이들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359억달러에서 올 9월 말 현재 454억달러로 26.5%나 뛰었다. 국민연금 및 한국투자공사 등 공적기관도 해외증권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국민연금 등이 포함된 일반정부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809억달러에서 925억달러로 14.3% 증가했다.

한편 우리 국민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에 힘입어 우리나라 대외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의 국내투자액을 넘어섰다. 9월 말 대외투자 잔액은 1조515억달러로 외국인의 국내투자 1조288억달러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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